생각보다 부실한 '북·중·러' 북방삼각 [안호영의 실사구시]
편집자주
국제시스템이 새로운 긴장에 직면한 이 시기 우리 외교의 올바른 좌표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0년간 현장을 지킨 외교전략가의 '실사구시'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북한 희망대로 흐른 동북아 신냉전 구도
북·러와 함께 묶이기 힘든 중국의 고민
시진핑 방한 등 긍정모멘텀 유지할 필요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 한·미·일 정상이 3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선언하고, 9월 북·러 정상이 보스토치니 우주 센터에서 만나 재래식 무기와 대량살상 무기 기술 이전을 거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북방삼각의 강화, 그리고 그 여파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는 것으로 관찰된다. 최근 여러 학자, 그리고 전직 외교관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몇 가지 인상 깊었던 토의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북한의 시각이다. 북한이 '신냉전'의 주범으로 미국을 지목하고, 이에 대한 북·중·러의 대응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는 냉전이 끝나고, 구공산권 국가들이 앞다투어 개혁·개방에 나서고, 미·러와 미·중 관계가 매우 긴밀했던 시기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북한이 '신냉전'을 이야기한 것은 국제 정치를 20년 앞서 내다보았다기보다는 핵무기 개발에 집착하여 국제적 고립을 면하지 못하고, 대기근까지 겪은 북한의 희망적 사고였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그 후 미·중 관계의 긴장, 우크라이나 침공, 최근 가자지구 사태 등은 북한으로 하여금 이러한 희망적 사고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안도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둘째, 중국의 시각이다. 중국은 탈냉전에서 가장 큰 이득을 취한 나라이다. 2001년 WTO 가입 당시 1조4,000억 달러에 불과하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22년 무려 18조 달러로 성장하였다. 이러한 성장은 서방국가와의 통상·기술·금융 협력에 큰 힘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서방경제와의 관계 단절은 중국이나 서방이나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따라서, 많은 참석자들이 중국은 국제 질서를 일정 부분 수용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기존 국제 질서를 전면 부인하는 러시아, 북한과는 관계 강화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의 희망적 사고일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들렸다.
셋째, 우리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시사점이다. 많은 참석자들이 북방삼각의 강화는 현실보다 과장된, 북한과 러시아의 희망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우리는 가능한 이러한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한·미·일 공조 강화는 진영 논리가 아니라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지켜 나가기 위한 노력, 즉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등은 우리 나라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 기본 가치이므로 이를 공유하는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추구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입장을 강조하는 것은 특히 대중 외교에서 중요하다. 정부는 2022년 발표한 인·태 전략 보고서에서 중국과의 관계 발전이 우리 나라의 중요한 외교 정책임을 밝히며 원칙에 입각해, 즉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 상호 존중, 상호 이익에 기초하여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그 이후 상당 기간 동안 한·중 간에 고위급 인사 교류가 없었고, 이것이 원칙에 입각한 대중 관계발전이라는 우리 입장에 대한 중국의 불만표시라는 시각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9월 자카르타, 그리고 곧 이어 뉴델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중국 리창 총리의 면담이 있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한덕수 총리와 시진핑 주석의 면담이 개최되어 이런 시각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이와 관련 많은 참석자들이 우리가 주최할 순서인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 시 주석의 방한 등을 통하여 한·중 관계의 긍정적인 모멘텀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중요함을 지적하였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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