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유성열]주 52시간을 50시간으로 먼저 줄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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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들은 시대에 가장 뒤떨어진 법률로 근로기준법을 꼽는다.
근로기준법은 1953년 일본의 노동기준법을 거의 그대로 들여와 제정됐다.
일본은 2006년 노동기준법과 별개로 노동계약법을 제정했고, 2018년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내세우며 노동관련법 30여 개를 정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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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006년 노동기준법과 별개로 노동계약법을 제정했고, 2018년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내세우며 노동관련법 30여 개를 정비했다.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연장근로는 탄력적으로 허용하는 한편, 미국 제도인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을 모방해 고소득 전문직은 노동시간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는 ‘고도(高度) 프로페셔널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의 노동개혁은 공장 근로자에게 초점을 맞췄던 노동기준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면서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 등 새로 등장한 직종에 대한 법적 기반을 갖춰 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조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 규정만 봐도 시대에 한참 뒤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합해 주 52시간까지 허용한다. 연장근로 12시간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0년째 그대로다.
70년 전 입법자들은 연장근로 한도를 왜 12시간으로 정했을까. 당시만 해도 일요일만 쉬는 주 6일제(주 48시간)다 보니 하루 2시간씩 총 12시간만 허용한 것으로 법조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후 노동시간은 1989년 44시간, 2003년 40시간으로 단축됐다. 주 5일제를 도입했다면 토요일 연장근로 2시간을 함께 없애 연장근로 한도도 10시간으로 줄이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연장근로 한도는 지금도 12시간이다. 전체 노동시간을 줄이려는 노동계와 노동시간 단축을 최소화하려는 경영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지만 12시간이란 수치가 기형적이란 사실은 양측 모두 부인하지 않는다.
정부는 올 3월 노동시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가 ‘주 69시간’ 논란으로 역풍을 맞았다. 이후 대규모 설문조사 등을 거쳐 13일 개편 방향을 다시 발표한다. 하지만 벌써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69시간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여소야대 국면이 바뀌지 않는 한 정부가 아무리 세련되게 디자인하더라도 노동시간을 늘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선 일단 연장근로 한도를 10시간으로 줄여 주 50시간으로 운영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연장근로 한도를 2시간 줄이는 것에서 출발해 일부 직종은 더 일할 수 있게 한다면 노동시간 개편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는 취지다. 박근혜 정부 당시 노동개혁 일선에 있었던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도 “연장근로를 한 달에 8시간, 1년에 96시간 줄일 수 있어 국민과 MZ세대의 수용도를 높일 수 있다”며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탰다.
국회에는 “여야 합의보다 노동법 개정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기발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수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정부와 국회는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13일 내놓을 개편 방향에도 ‘연장근로 10시간’처럼 새롭고 파격적인 방안이 담기길 기대한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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