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선거용 ‘공매도 때리기’…文정부도 대선까지 금지하기도
文정부도 지난해 대선까지 공매도 제한
금융계 “외국인 등돌릴 수도” 우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관저에서 비공개 고위당정 협의회를 열고 앞으로 6개월 간 공매도를 전면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한덕수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현재 국내 증권시장에선 전체 공매도 거래의 98% 이상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이며, 개인은 2%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이 막대한 규모의 공매도를 주도할 동안 개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1000만 명에 달하는 개미투자자들의 ‘표심’에 호소할 수 있는 카드를 정부와 여당이 무시할 순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일 국회에서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같은 당 장동혁 의원에게 보내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당내 대표적 금융통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5일 페이스북에서 “BNP파리바와 HSBC 등 글로벌 IB 2곳의 560억원대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됐고 현재 3곳의 IB에 대한 추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투자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손실과 손해를 입고 있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불법’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게 확인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당국 역시 BNP파리바, HSBC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고,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개선 청원이 5만 명을 돌파하자 공매도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은 국민의힘만 표명한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도 과거 ‘공매도 때리기’에 동참한 전력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1월 청와대 청원이 쏟아지자 6개월 간 공매도 금지 방침을 발표했고, 2022년 3월 대선까지도 일부 제한 조치를 유지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외환시장에 대한 근본적 개선 노력 없이 선거철용으로만 공매도 제한 정책을 들고 나오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공매도는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안정성을 회복시켜주는 긍정적 역할이 있다”면서 “선거철 표심 잡기용 주제로만 쓰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또 “공매도를 금지시키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외국인이 한국 금융시장에 등 돌리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정부 당국의 향후 외환 관리에 부담을 키울 수 있는 움직임”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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