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민의 코트인] 이정현은 NBA로 가야 할 선수?

고양/정병민 2023. 11. 5.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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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냥 고양 소노 이정현이 아니라...”


4일,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소노와 안양 정관장의 1라운드 맞대결.

최근 김승기 감독은 많은 팬들이 알고 있듯, 경기 전 인터뷰를 통해 꾸준히 선수단 구성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노가 구단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행정적인 절차가 있었기에 1옵션이었던 디드릭 로슨을 놓쳤고, FA 시장에서 준척급 자원들을 수혈하지 못했기 때문.

심지어 로슨이 평균 30.3점 9.7리바운드로 DB 상승세 태풍의 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니, 더욱 아쉬울 법도 하다.

힘겹게 영입한 자원들도 기존에 구상했던 계획이 틀어지면서 하나 둘 엇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시즌 초반부터 톱니바퀴가 맞물려 들어가지는 못할망정, 계속해 삐거덕 거리는 상황을 연상하면 이해가 편할 것 같다.

김승기 감독은 정관장과의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를 통해 타 구단들에 수소문해 선수 수급에 힘쓰고 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고 전했다. 이유도 간단했다. 김승기 감독은 선수들의 장점을 확실하게 뽑아낼 수 있는 감독 중 한 명이기 때문.

직전 시즌 감동 캐롯이 연출될 수 있었던 원동력, 단기전의 승부사라고 불리는 원천도 그런 연유와 비슷하다. 그러나 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그런 김승기 감독이 요즘 믿는 구석이 있다면 바로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이정현-전성현 듀오.

“전성현은 경기 체력이 하나도 안 갖춰져있어. 힘도 너무 없고, 한호빈은 비시즌에 너무 자주 아파서 몸이 확실히 안 올라온다. 노쇠화가 진행된 것 같기도 하고...”

김승기 감독의 멘트처럼 앞선을 책임져줘야 할 나름의 붙박이 자원들 전성현과 한호빈도 정상 궤도에 오르는 데 실패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정현은 소노의 한줄기 빛이 되어주고 있다.

“전천후 이정현이길 바란다”

연세대 시절부터 완성형 가드, 즉시 전력감이라는 선수로 평가받던 이정현. 뛰어난 공격에 뒤지지 않는 수비 능력까지. 선수 성장에 관해서는 도가 트인 김승기 감독이 前 캐롯에 부임하자마자 레이더망에 가장 먼저 들어왔던 선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일까.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차출에 설상가상으로 컨디션 난조가 더해지며 직전 시즌만큼의 높은 효율성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적인 측면만 보면 또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1라운드 MVP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평균 19.2점 3점슛 성공률은 43.2% 4리바운드 8.2어시스트 1.5스틸, 심지어 평균 37분 35초를 소화하고 있다.

KBL 평균 출장 시간 1위, 국내 선수 득점 1위, 어시스트 1위, 굿디펜스 비율 1위, 김승기 감독은 연일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 말하는 데도 이 정도의 스탯 볼륨이 뽑아지고 있다.

2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작성하면서 구단 창단 첫 승을 이끌어냈고, 4일 정관장과의 경기에선 승부처 상황에서 맹활약해 시즌 두 번째 승리에 앞장섰다.

김승기 감독이 나름의 엄살(?)을 보이며 해볼 만할 것 같다고 전했던 정관장과의 매치는 그렇게 이정현과 전성현의 원투펀치, 디욘테 데이비스의 끝내기 득점으로 막이 내렸다.

단 1초도 벤치에 앉아있지 못했던 이정현은 양쪽 무릎에 아이싱을 두르고 거친 숨을 몰아붙이며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뷰실에 들어온 또 다른 선수, 전성현.

“젖 먹던 힘까지 매 경기 쏟아부어야 간신히 이길 수 있네요(웃음)”

수훈 선수 인터뷰가 진행되기 전, 칭찬에 인색한 김승기 감독이 인터뷰실을 찾아 했던 말 “몸이 안 좋은데도 (이)정현이가 그렇게 해내고 있네요. 잘 헤쳐나가주고 있어요” 이날의 인터뷰는 이정현으로 시작해 끝맺음도 이정현이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이정현이 여기서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라고 첨언했다. 이 말을 들은 이정현과 전성현은 한 10초 간 당혹감을 표출하며 이내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여기서 더 잘하면 NBA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전성현이 승리를 만끽하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입을 열었지만 이정현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사실 저도 지금 플레이에 100% 만족하지는 않는다. 픽앤롤 비중이나 동료들 찬스를 만들어가는 비중을 더 높여 가야 할 것 같다. 그런 게 채워진다면 한 단계 올라서지 않을까 싶다”

이정현 사전에 만족은 없었다. 그러나 옆 전성현은 계속해 옆에서 개구쟁이같은 모습으로 인터뷰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경쟁 선수도 딱히 없잖아요? 잘하고 있을 때 욕심내 봐 정현아” 이어, “라운드 MVP, 정현이 주세요”라고 멘트를 덧붙였다.

될성부른 떡잎이란 단어, 이정현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1년 차보다 2년 차에, 2년 차보다는 3년 차에 더욱 진화하며 리그를 평정하고 있는 가드 이정현. 과연 이 남자에게 끝이란 존재하긴 할까. 실력만큼이나 출중한 입담으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 주말이었다.

김승기 감독은 1라운드 목표를 소박하게 3승으로 내다봤다. 현재 2승을 거둔 고양 소노. 양어깨에 이정현과 전성현을 얹은 김승기 감독 그리고 소노는 어디까지 올라설 수 있을까.

#사진_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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