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재편과 혁신국가의 길[기고/방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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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거대 제국을 이루고 오늘날의 법, 정치, 문화의 기틀을 마련한 로마의 영향력을 상징한다.
대제국 로마는 당대 가장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국가로, 외부의 문물을 적극 흡수해 혁신을 거듭했다.
외부 문물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혁신 발판으로 삼은 것이 로마가 강대국이 된 '평범한' 비밀이다.
자유무역 체제 아래에서 한국은 개방형 통상국가를 표방하며 외국의 혁신적인 제도와 기술을 적극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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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30년이 흘렀다. 자유무역 체제 아래에서 한국은 개방형 통상국가를 표방하며 외국의 혁신적인 제도와 기술을 적극 받아들였다. 그 결과 세계 10위권 수준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 등 세계화의 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지금의 글로벌 환경은 사뭇 다르다. 경제 안보의 중요성이 커졌고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도 이러한 변화의 일환이다.
이 같은 격변기는 우리에게 위기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는 지난해에 사상 최대인 305억 달러, 올해 3분기(7∼9월) 239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역대 최대 실적을 거듭 경신하고 있다. 최근 ASM, 유미코아, 싸토리우스 등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분야 글로벌 기업의 한국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제조업 생산능력, 첨단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 아시아 전진기지이자 테스트 베드로서의 가치 등 한국의 강점과 잠재력에 주목해 외국인 투자가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아울러 그간 수출 품목과 시장 다변화 등 무역구조 혁신 노력에 힘입어 10월 수출도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수출과 투자 증가는 결국 좋은 일자리 확대로 이어지며, 이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높은 고용률로 증명되고 있다.
한국이 첨단산업 혁신국가로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개방과 혁신이 더욱 필요하다. 오늘부터 부산에서 ‘인베스트 코리아 서밋(Invest Korea Summit)’ 행사가 개최된다. 반도체·이차전지·청정에너지 분야 국내외 우수 기업과 글로벌 투자자 500명 이상이 함께하는 국내 투자유치의 장(場)이다. 정부는 한국의 우수한 투자환경과 첨단산업 혁신국가로서 비전을 제시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대규모 첨단산업 연구개발(R&D)과 첨단산업 인재혁신특별법 제정 등 기술과 인재 혁신 생태계 강화, 첨단산업 외국인 투자에 대한 현금지원 예산 4배 증액, 킬러규제 혁파 등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더 많은 투자를 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는 주된 이유는 한국의 강한 산업 공급망과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활용이라고 한다. 과거 낮은 인건비 확보를 목적으로 진출했던 것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다. 지금 우리는 글로벌 대격변기에 있다. 도약과 도태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로마 제국 번영의 ‘평범한’ 비밀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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