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 혼자 키울때 전남편은 양육비 ‘0원’…법은 도대체 뭐하나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3. 11. 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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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명령 있다해도 ‘유명무실’
양육비 못받는 비율 80% 달해
소송은 4~5년 걸려 일상 파괴
소송기간 축소·감치명령 삭제
개정안 지난 7월 발의됐지만
국회서 관련 논의 감감무소식
[사진 출처=연합뉴스]
아이 둘을 홀로 키우고 있는 김은진 씨(44)는 11년간 양육비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전남편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걸었다. 양육비 이행 명령에 불응한 A씨에게 두 차례 감치명령이 내려졌지만 A씨는 구치소에 들어가지 않았다. 당사자가 위장전입을 하고 도망 다니면 잡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6개월 안에 잡지 못하면 감치명령은 실효된다.

은진씨의 양육비 소송은 어언 4년째다. 양육비 지급 이행명령부터 시작해 법적 제재, 감치 소송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 형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낮에는 소송 관련 일에 전념하느라 직장도 야간직 파트타임으로 옮겼다. 은진씨는 “어렵사리 감치 명령을 두 번이나 신청했지만 전 남편이 두 번 다 도망을 다녀서 감치명령도 실효성이 없어졌다. 실거주지라고 의심되는 곳에 가서도 감치 판결문을 들고 직접 경찰서에 가 읍소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못 받는 한부모 가정 비율은 80%에 달한다.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는 제도적 미비가 원인중 하나로 지목되는데 관련법 개정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지난 7월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그간 양육비 지급에 걸림돌이 돼왔던 감치 명령을 삭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행명령부터 형사 소송까지 평균 4~5년이 소요됐던 것을 1년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양육비를 홀로 감당하는 한부모의 시간‧비용적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미취학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 정미애(가명‧30)씨도 감치 소송에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정씨는 “법무법인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감치 판결이 난다고 해도 이행까지는 부지하세월이라고 해서 망설였다”며 “감치 판결 없이는 형사 고소 자체가 안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현행법 상으로는 감치 판결 후 1년이 지나야 형사 고소가 가능하다.

정씨의 전남편 또한 감치되지 않았다. 처음엔 초본에 등록된 주소지로 감치집행장이 발송됐지만 남편이 살고 있지 않아 집행장이 반환됐다. 이후 실거주지로 집행장이 보내졌는데도 ‘여기 그런 사람 살지 않는다’며 또 반환됐다. 들어가서 실거주 여부를 확인할 강제력이 없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감치 인용률은 63.2%에 그쳤다. 양육비지급 이행명령 후 감치명령까지 평균 2년 이상 소요되는데 당사자가 이리저리 피해다니며 집행장 수령을 거부하면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대표는 “상대방이 위장전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소송이 늦어지고 감치 판결 받기도 어려워진다”라며 “양육자는 아이도 홀로 키워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해 총 4~5년의 소송 과정을 견디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구 대표는 “총 소송 기간을 단축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안이 폐기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8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 이혼 후 수년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에 대한 첫 형사재판 선고기일이 예정돼 있다. 그동안 신상 공개와 출국금지 등 제재 조치가 있었으나 형사처분 된 사례는 없었다. 2021년 7월 양육비 미지급 행위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된 이후 첫 선고로, 지급 이행을 강제하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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