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한국 연대 "가자지구 공습 멈춰야 …한국정부, 학살에 침묵 말라"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팔레스타인 민간인 집단학살을 중단하라"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이 국내 거주 중인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차별 공습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전국 90개 시민단체들의 연대체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이하 긴급행동)'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우리는 팔레스타인 땅에 진정한 평화가 도래하길 간절히 소망한다"라며 "그것의 가장 절박한 실천은 즉각적인 휴전과 학살 중단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10월 7일 이후 단 27일간 점령군이 학살한 가자지구 주민은 9061명으로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아래 실종된 2천여 명을 더하면 1만 명이 넘는다. 학살된 주민의 75%가 아동과 여성, 노인"이라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학살로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지난 1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 인근 팔루자 지역을 이틀 연속 폭격하며 인근 지역 민간인 피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에 대해 '공습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는 하마스 지하 땅굴 붕괴 때문'이며, 이는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긴급행동은 서구 상업 미디어들이 작금의 전쟁을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의 침공에 대한 이스라엘의 '방어전'으로 포장"하고 있으며, 이 같은 흐름이 "필연적으로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에 대한 무제한적 긍정과 묵인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지금의 상황은 10월 7일 하마스의 알-아크사 홍수 작전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언하고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학살하고 추방할 때 시작된 것"이라며 "점령군(이스라엘)이 전례 없는 폭격을 쏟아붓는 지금, 서구 열강은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팔레스타인계 요르단인 작가 시마(Sima)는 "저와 같이 요르단에 사는 팔레스타인들은 우리의 투쟁이 75년 동안의 점령과 식민지화를 거쳤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며 "우리는 나크바(1948년 건국과 함께된 추방)와 나크사(1967년 중동 제3차 전쟁 후 불법 군사점령으로 인한 추방)에서 일어났던 인종차별 폭력에 고통받았던 우리의 조상들의 후손"이라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권리를 요구하며.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자유로운 팔레스타인을 외치는 우리와 함께해달라"고 한국 시민사회에 호소다.
아일랜드에서 온 함 패트릭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신부는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하며 팔레스타인 땅을 합병하고 정착촌을 불법적으로 확장하는 행위를 면책특권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며 결코 혼자 걷지 않을 것"이라고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연대의 입장을 밝혔다.
국내 시민단체들은 한국정부의 태도에도 규탄 입장을 밝혔다. 지난 10월 27일 국제연합(UN) 총회는 '민간인 보호와 법적·인도적 의무 준수' 결의안을 채택하고 이팔전쟁과 관련 "적대 행위 중단으로 이어지는 즉각적이고 항구적이며 지속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이 결의안에 기권했고, 지난 10월 30일 이스라엘 외무부 장관은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의 이스라엘 지지와 UN 총회에서의 일에도 감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긴급행동 측은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을 두고 "제노사이드에 침묵해준 남한 정부에 (이스라엘이) 고마움을 표한 것"이라 꼬집으며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포괄적인 무기금수조치를 즉각 시행하고,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애리조나주립대학 김정희원 교수는 이날 현장을 찾아 "왜 대한민국 교수들은 집회에 나오지 않냐" 물으며 "이스라엘이 세계를 상대로 자신만의 인종주의를 마음껏 전파"하고 있는 상황에 "이러한 거짓을 막아내는 것은 지식인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고 강조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규진 의사는 "가자지구 내 36개 병원 가운데 16개 병원이 포격과 연료 부족으로 운영이 중단됐고, 유일한 암병원도 연료 부족과 폭격으로 운영을 중단했다"라고 현장의 소식을 전하며 "이 잔혹한 학살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거대하고 강력한 국제적 연대뿐"이라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500여 명의 시민들은 세종대로, 종각역, 을지로 입구, 시청광장 등을 순회하는 행진을 진행했다. 1시간가량의 행진 끝에 세종대로로 돌아온 시위대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긴급행동 측은 오는 6일부터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26일 이들의 행진 행사와 관련, 이스라엘대사관 앞 200m 구간 부분의 행진에 대해서 금지통보를 내렸지만, 법원이 긴급행동 측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이날 행진은 원래 계획대로 진행됐다. 긴급행동 측은 "대사관이 휴무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대사관을 보호하겠다 말했다"며 “경찰에 불법적인 집회 방해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 밝혔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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