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 손 떼세요” 레벨3 자율주행, 앞지르기도 척척

이재덕 기자 2023. 11. 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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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시판 혼다 레전드 시승기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일본 도치기현에 있는 혼다의 ‘연구·개발(R&D) 프루빙그라운드’에서 자율주행 ‘레벨3’ 기술이 적용된 혼다 레전드를 타봤다.

자율주행은 기술 수준에 따라 5단계로 나뉜다. 레벨1·2는 인간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이지만, 레벨3부터는 특정 구간에 한해 자동차가 직접 운전을 맡는다. 운전자는 보조자로 시스템이 요청할 때만 개입하게 된다. 이날 한국 언론에 공개된 행사에서 기자들이 혼다 레전드로 프루빙그라운드 내 도로를 달렸다. 앞차 속도에 맞춰 자동으로 속도를 제어하는 레벨2 운전보조 기능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켰다. 레벨2에서 운전자는 운전대를 항상 붙잡고 있어야 한다.

속도가 80㎞까지 올라가자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운전대에 파란색 불이 들어왔다. 레벨3로 움직일 준비가 됐으니 운전대에서 손을 떼라는 신호다. 앞서가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속도를 늦췄다. 운전대에 있는 ‘자동 차선 변경’ 버튼을 눌렀다. 옆 차선에 차량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레전드가 스스로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변경한 뒤 속력을 냈다. SUV를 앞지른 뒤에는 다시 원래 차선으로 돌아왔다. 레벨3로 최대 시속 130㎞까지 낼 수 있다. 이번에는 전방과 후방, 측면에 다른 차량들이 나타나며 정체 상황이 빚어졌다. 속도가 시속 30㎞ 이하로 줄었다. 1열 디스플레이에서 동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운전은 자동차에 맡겨두고 영상이나 감상하라’는 뜻이다.

혼다는 2021년 판매용 승용차로는 처음으로 고속도로 레벨3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구글 웨이모 등이 운전자 없이도 운행이 가능한 레벨4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지만, 시판용 일반 승용차에서는 여전히 레벨3가 최신 기술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조만간 레벨3 승용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레전드는 값비싼 라이다 센서가 5개나 장착된 탓에 출고가가 1100만엔(약 1억원)에 달한다. 라이다 없이 카메라만으로 레벨3에 준하는 성능을 내는 테슬라 차량과 비교하면 가성비가 떨어진다. 판매량도 100대에 그쳤다. 혼다의 자율주행 기능은 누구보다 앞서 있지만, 보편적인 기술은 아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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