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MZ세대)를 더 격려해야 할 이유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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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유행어가 됐지만 서서히 외면받는 말이다.
이 세대의 양 끝인 1980년생 부장님과 2010년생 중1 딸이 같은 그룹으로 묶이는 게 현실적이진 않다.
'MZ세대'라는 말에는 기성세대가 청년 직원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담겼다.
이 말이 유행이 된 이제, 직장의 관리자들은 이들을 어떻게 보고, 대하고 있을까? 나와 가까운 86세대와 X세대를 만나면 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할지, 관심이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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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유행어가 됐지만 서서히 외면받는 말이다. 이 세대의 양 끝인 1980년생 부장님과 2010년생 중1 딸이 같은 그룹으로 묶이는 게 현실적이진 않다.
'MZ세대'라는 말에는 기성세대가 청년 직원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담겼다. 이 말이 유행이 된 이제, 직장의 관리자들은 이들을 어떻게 보고, 대하고 있을까? 나와 가까운 86세대와 X세대를 만나면 이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할지, 관심이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86세대보다 청년들이 권위에 거리감을 갖는 것은 자라온 경험이 달라서가 아닐까? 86은 군대 분위기의 중진국에서 교련 수업을 받으며 자랐지만 청년들은 세계화된 선진국에서 해외여행을 다니며 자랐다. 86은 지상파 '중앙 방송'을 보며 자랐지만 청년들은 개인화된 유튜브를 보며 자랐다. 그래서 신입사원들이 움츠리지 않게끔 친절한 가이드와 피드백을 많이 해주라고 한다." (서울, 기업 임원)
"젊은 직원들이 점심때 흩어져 저마다 독특한 맛집에서 혼밥을 먹고 온다. 그러고도 오후에 잘 어울리는 걸 보면 이상하다. 다들 자존심이 강해서 '싫은 소리'를 하면 상처받을까 봐 걱정이다. 하지만 '너무 심하다' 싶을 때는 내가 회의실로 가서 애꿎은 마우스를 내리쳐서 '뽀갠다'. 그러면 직원들이 숙연해지고 한동안 '감'을 잡는다." (서울, 인터넷 기업 창업자)
"우리가 못 한 칼퇴근을 척척 하니 대견하다. 프레젠테이션 할 때 화려하다. 우리 수준을 넘어선 시뮬레이션을 앱으로 보여준다. 하기야 옛날에 우리도 엑셀로 '회사 노인들'에게 충격을 주지 않았나? 청년들이 한 달 할 일을 한 시간에 해치우는 기술을 보며 자라서, 둔하게 일하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칼퇴근하면 흔쾌히 봐준다." (고양, 공기업 팀장)
"회식 때 '투명인간'처럼 앉아서 직원끼리 얘기하는 걸 듣는다. 앱에서 만나 연애하고, 만난 지 2주 만에 캠핑을 가고, 집에서 요리해 먹으며 데이트한다는 말을 들으면 걱정도 된다. 하지만 뭔가 더 물으면 성희롱이다. 그냥 '뒷방 늙은이' 스타일로 귀동냥을 하며 사업 감각을 잡는다. 청년들에게 자유를 주는 게 중요하다." (서울, 중소기업 창업자)
"서른 다 된 외아들이 모태 솔로다. 떠받드는 애인을 원하는 것 같은데 연애가 잘되겠나? 아들이 내게 인사를 잘 안 하는데. 우리 직장의 새 여직원도 도통 내게 아는 체를 안 해서 아침마다 '뻘쭘' 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적응을 못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내가 먼저 인사하고, 힘든 일은 없는지 묻는다. 아들한테도 마찬가지다. 작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상급자의 솔선수범)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도 편하다." (과천, 공무원)
이런 'MZ'는 직장을 잡아서 그나마 한숨 돌린 청년들이다. 아직은 미숙하고 걱정도 많지만 이들이 미래의 주역이다. 사물인터넷과 결합한 인공지능의 시대는 이들이 끌고 갈 것이다. 이들을 더 격려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이들과 좀 떨어진 곳에는 힘든 하루를 묵묵히 견디는 'N포 세대' '88만원 세대', 더 고달픈 '은둔족'(히키코모리)들이 있다. 이들과 함께 가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 지하철 역사를 가득 메우고 출근하는 청년들을 보자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든다.
권기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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