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버는 것도 힘겨운데…저소득층, 못 먹는 설움까지
10월까지 식료품 물가 5.1% 올라, 외식물가는 6.4% 더 가파른 상승
소득 하위 20%, 생활비 44.4% 식비로 지출…상위 20%, 15%와 대비
서울 마포구에서 혼자 사는 취업준비생 장모씨(28)는 올해부터 매일 아침 집 근처 ‘사람인 카페’에 들르며 하루를 시작한다. 취업정보회사 사람인이 운영하는 이 커피숍은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특정 나이대 취업준비생에게 하루 한 잔씩 커피 등 음료를 무료 제공하고 있다. 장씨는 최근 오른 물가 탓에 식비 등 고정지출이 커지자 커피값이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유료 커피숍 대신 이곳을 찾게 됐다.
고물가 추세 속에 특히 식료품이나 외식 가격이 가파르게 뛰면서 저소득층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필수 소비 식품 중 하나인 우유 가격은 지난달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등하면서 기타 유제품 가격도 덩달아 치솟았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식료품·비주류음료의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 올랐다.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2021년부터 2년간 연이어 5.9%씩 상승했는데 이 같은 추세라면 3년 연속 5%대 상승이 유력하다.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2020년에는 4.4%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생강 가격이 1년 새 97.0% 상승해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 밖에 당근(33.8%), 양파(21.5%), 귤(18.3%), 사과(17.2%) 등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농산물로 가공한 드레싱(29.5%), 잼(23.9%), 치즈(23.1%), 커피(12.8%)의 상승률도 높았다.
외식 가격 등 음식서비스 물가 상승세도 가파르다. 올해 1∼10월 음식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4% 올랐는데, 피자(11.5%), 햄버거(9.6%), 김밥(8.9%), 라면(8.6%) 등 분식이나 패스트푸드 가격은 특히 큰 폭 상승했다. 해장국(7.6%), 비빔밥(7.2%), 김치찌개백반(6.8%), 된장찌개백반(6.5%) 등 한식 메뉴 가격 상승률도 높았다. 구내식당 식사비도 같은 기간 7.3% 올랐다.
특히 우유 가격은 지난달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4.3% 상승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8월(20.8%) 이후 14년2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축산농가가 원유 가격을 올리자 유업체들이 연쇄적으로 출고가를 인상했다. 아이스크림(15.2%)이나 발효유(14.7%) 등 유제품 가격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먹거리 물가가 크게 올라 올해 저소득층 생계비 부담은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먹거리 물가는 소득계층 간 지출 편차가 상대적으로 작은 필수 고정 지출 항목이기 때문에 이 물가가 크게 오르면 소득이 낮은 계층이 더 큰 피해를 본다.
2021년부터 지난 2분기까지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가 식료품·비주류음료에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25만8000원으로 집계되며 같은 기간 월평균 처분가능소득(87만9000원)의 29.4%에 달했다. 여기에 음식서비스에 지출한 금액(13만1000원)을 더하면 1분위 가구는 식비로 월평균 약 39만원을 지출하는 꼴이다. 식비 지출이 처분가능소득의 44.4%에 달한다는 의미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식비 비중은 14.5%에 불과했다. 소득 2분위는 25.7%, 3분위 22.4%, 4분위는 19.8%로 소득 분위가 낮을수록 소득 대비 식비 지출 비중이 높았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7개 주요 품목의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를 전담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관리 대상은 라면과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과 국제가격이 작년보다 35% 오른 설탕, 원유 가격 인상 여파로 가격이 상승한 우유까지 모두 7가지 품목이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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