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은미 감독의 ‘믿을 수 있는 사람’... ‘중화권 오스카’ 금마장영화제 후보에

신정선 기자 2023. 11. 5.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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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오는 9일 개막하는 제 60회 타이베이 금마장 영화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후보에 올라 있다.

오는 9일 개막하는 제60회 타이베이 금마장영화제에는 한국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감독 곽은미)이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후보에 올라있다. 금마장은 ‘중화권의 오스카’로 불리는 저명한 영화제다. 20대 탈북 여성의 남한 정착기를 담은 ‘믿을 수 있는 사람’(10월18일 개봉)은 지난 9월 일본 아이치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됐으며, 뉴욕아시안영화제에 이어 북미 최대 규모인 벤쿠버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되는 등 해외에서 잇단 호평을 받았다. 이번 작품으로 한국영화아카데미 공모전에 당선돼 장편영화에 데뷔한 곽은미(42) 감독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5년 전 지하철에서 우연히 탈북민으로 보이는 두 여성을 지켜보다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영화계에서 겉돌고 있다고 느꼈던 제 모습이 남한 사회에 정착하지 못한 탈북민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이 이방인이라 느껴지거나, 어딘가 소속되지 못해 불안해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탈북민이 주인공이지만 탈북만 강조하지는 않는다. 오늘을 살고 있는 보통 청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외로움, 삶에 안착하지 못하는 불안감을 만져질 듯 그렸다. 탈북해 서울에서 관광가이드를 시작한 주인공 한영(이설)에게 서울은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도 없고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도 없는 외로운 도시다. 돈을 많이 벌어 북한에 있는 엄마를 데려오고 싶지만 세상은 차기만 하다. 외로운 밤, 홀로 누워 깜깜한 어둠 속에서 엄마에게 보내려고 찍어둔 동영상을 본다. “보고싶슴다, 내 금방 데리러 갈 테니까…”. 지키지 못할 약속을 속삭이다 목이 멘다. 다정하게 대해주던 형사는 막상 한영이 진심을 전하려는 몸짓을 하자 “일 때문에 챙겼다”며 내친다. 한영은 관광가이드를 하다 만난 꼬마가 그려준 스케치를 챙겨 짐을 싼다.

영화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곽은미 감독은 "반드시 세상 밖으로 꺼내야할 이야기라고 생각해 수년간 포기하지 않고 매달렸다"고 말했다.

영화를 ‘공감할 수 있는 청춘 드라마, 성장 드라마’로 만들고 싶었던 곽 감독은 아카데미 공모전 첫 응모에 고배를 마셨다. 그래도 “누군가가 꼭 해야할 이야기”라는 생각에 2020년 다시 도전한다. 일부 심사위원이 재도전임을 알아보고 “왜 다시 냈느냐”고 물었다. 곽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말을 인용했다. “봉 감독이 ‘설국열차’ 만들고 그러셨거든요. 커다란 암덩어리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 허전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이라고요. 저도 제 암덩어리를, 이 영화를 꼭 세상 밖에 꺼내놔야했어요.” 그 마음은 공모전 당선이라는 선물로 돌아왔다. 곽 감독은 “실제로 탈북민을 소개로 만나기도 하고, 유튜브와 팟캐스트에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2030 탈북청년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2030 관객 반응이 좋고, 해외에서는 중장년층이 공감하는 경우가 많다. “캐나다 벤쿠버 상영 때는 ‘북한에서 남한을 가는 게 원래 그렇게 어렵냐, 정말 남한에선 차별하냐’ 등 사회적 맥락에 대한 관심이 높았어요. 일본 상영 때는 오전 10시반에도 객석이 다 차서 놀랐어요. 4월에 전주국제영화에서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이것은 나의 이야기’라며 공감한다는 리뷰가 많았고요. 이방인의 마음은 어디에서나 동일한가 봅니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을 관객에게 숙제로 남긴다. “한영이 어디로 갈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자신의 삶을 더 나은 방법으로 살기 위해 남한에 왔던 것처럼, 더 나은 곳으로 가지 않았을까요. 어디가 됐든 아마 관객이 원하는 그 곳에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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