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통령, “전쟁 교착” 언급한 총사령관 질책…갈등 표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전쟁이 교착상태”라고 밝힌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의 기고문에 대해 공개 질책했다.
키이우포스트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이 지친다”면서 “그러나 이는 교착상태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에겐 포기할 권리가 없다”면서 “(포기한다면) 대안은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1일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기고문을 겨냥한 것이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기고문에서 “1차 세계대전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교착상태에 도달했다”면서 “깊고 아름다운 돌파구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호르 조우크바 대통령실 차장은 이날 TV 연설에서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기고문이 보도되면서 동맹국 관리들로부터 “정말 교착상태인가” “상부에 뭐라고 보고해야 하나” 같은 전화가 빗발쳤다고 전하면서 총사령관의 발언은 “침략자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전날에는 잘루즈니 총사령관의 핵심 참모 중 한 명인 특수작전부대 사령관 빅토르 코렌코 장군을 아무런 설명 없이 해임하기도 했다. 코렌코 장군은 크름반도에 주둔한 러시아 흑해함대 및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들을 성공적으로 지휘한 인물이다. 미군 장성들은 코렌코 장군의 갑작스러운 해임에 놀라움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전쟁 전략 및 지휘관 임명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총사령관 사이에 긴장이 존재한다는 추측은 꾸준히 나왔지만 양측의 불화가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불거진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대통령실과 군 지휘부 사이의 불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불거진 것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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