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분쟁 억지 전략 ‘스텝 꼬인다’

노정연 기자 2023. 11. 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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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키운 ‘빈손 외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비치의 세인트 에드먼드 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한 뒤 떠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하마스 전쟁 장기화에
러·중 견제 셈법 복잡해져
대선 앞둔 바이든 큰 숙제

오는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개전 1개월을 맞는 가운데 미국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전쟁을 진정시키기 위한 중재자 역할이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데다, 분쟁 간섭을 최소화하려는 외교 구상도 어그러졌다. 여기에 미 의회 내부의 혼란까지 겹치며 내년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4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고립된 민간인들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동 순방외교’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커지자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찾아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검문소 개방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인도주의적 위기를 멈추기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일시적 교전중단을 이스라엘이 거부하며 바이든 정부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가자지구의 민간인 희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이스라엘을 지원해 온 미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날로 커지고 있다.

미국은 그간 중동 분쟁의 수렁에서 벗어나고 국방 예산 감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두 개 이상의 전선을 감당하지 않겠다는 구상을 펼쳐왔다. 한 개의 주요 전쟁에 집중하고 이외 지역에선 소규모 작전으로 도발을 억제하는 이른바 ‘원 플러스’ 전략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아시아, 중동 등 곳곳에서 긴장이 폭발하며 노선을 우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대만·필리핀에서의 중국발 국지적 무력충돌 가능성까지 한꺼번에 다루게 된 것이다.

하마스의 이번 공습으로 미국이 중동에서 시도한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사이 관계 개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가시적인 외교 성과가 급한 바이든 대통령에겐 뼈아픈 대목이다.

이번 전쟁은 미국 내 표심과 정치 측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고민거리를 안기게 됐다. 정·재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유대계와 지지층 내 친팔레스타인 표심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가 최근 아랍계 미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7.4%만 “오늘 대선이 치러진다면 바이든 대통령을 뽑겠다”고 답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사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아랍계와 무슬림계 미국인은 전체 인구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미시간주와 같은 투표 격전지에서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던 미시간주에서 2020년 15만5000표 차이로 승리한 바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민주당 일부 진보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살상을 막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더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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