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도 하마스도 ‘퇴짜’…체면 구긴 미국 또 ‘빈손’ 복귀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3. 11. 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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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또 ‘빈손 순방’후 튀르키예로…바이든은 “휴전 논의 진전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한 달
이 “인질 석방” 아랍 “즉각 휴전”
이스라엘·아랍 양측 모두 퇴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아랍 외무장관들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인도적 목적의 일시적 교전 중단을 제안했다 거부당한 데 이어 아랍국가들과도 휴전에 대한 이견을 확인했다. 2023.11.05 [사진 = 암만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인도적 교전 중단’ 중재안을 갖고 중동을 찾아 이스라엘과 아랍 지도자들을 만났지만 양쪽에서 퇴짜를 맞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란과 밀착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전쟁범죄자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중동정책은 딜레마에 빠졌고 성난 아랍권을 향한 이란의 입김은 커지고 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4일(현지시간)과 이스라엘과 요르단 암만을 잇달아 방문해 ‘일시전 교전중단’을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독립적인 ‘두 국가 해법’을 거듭 강조하면서,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와 이란군의 참전을 촉발하는 확전은 안된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인질들의 귀환을 포함하지 않는 일시적인 휴전을 거부한다”면서 하마스 격퇴를 위한 공세를 늦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텔아비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지구로 납치해간 인질들의 가족과 지지자들이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인질 즉각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 4주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인질 60여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2023.11.05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이집트 외무장관,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사무총장 등과의 회의에서도 블링컨 장관은 ‘빈손’으로 돌아섰다. 가자지구 민간인 인명피해에 격앙된 아랍권은 이스라엘 공세를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국제법 위에 군림해서는 안된다. 당장 휴전하라”고 압박했다.

표면적으로 양측 입장 차만 확인한 가운데 블링컨 장관은 5일 튀르키예로 향했다. 튀르키예는 이스라엘과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하마스과 접촉하면서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고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대화상대가 아니다”며 등을 돌린 상태다. 그는 “이스라엘의 인권 침해와 전쟁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로 가져가는 계획을 지지한다”며 “우리 외무부가 이 작업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 중부 알마가지 난민촌 주민들이 5일(현지시간) 공습으로 파괴된 주택 잔해 속에서 사상자를 찾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난민촌을 공습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날 알마가지 난민촌도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2023.11.05 [사진 = 알마가지 난민촌 로이터 연합뉴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이슬람협력기구(OIC) 정상회의에서 가자지구 휴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블링컨 장관의 중동행에서 인도적 교전중단 협상에 진전이 있느냐’는 질문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그렇다”고 답해, 실질적인 물밑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이란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에브라힘 라히시 이란 대통령은 이달 말 튀르키예를 방문해서 휴전안을 협의한다.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최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비밀리에 만났다는 이란 국영IRNA 통신 보도도 나왔다.

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한 주민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불이 붙은 건물 잔해 위에 서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이후 이날까지 팔레스타인인 9천48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2023.11.05 [사진 =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포위하고 육·해·공군을 모두 동원해 군사작전을 펼치면서 또 다른 하마스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를 제거하기 위해 주민들의 협조를 당부하고 나섰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달 7일 전쟁발발 이후 팔레스타인 9500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이 중에 어린이 사망자가 2900여 명에 달한다.

미국 워싱턴과 유럽, 세계 곳곳에서는 가자지구 민간인을 희생시킨 이스라엘을 규탄하면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하마스를 비난하고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에 안타까움을 전하고 “누구의 손도 깨끗하지 않다”면서 지속가능한 평화를 달성하지 못한 정책 책임을 인정했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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