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독립기구 설치” 유엔 자유권위원회, 한국 정부에 권고
건설노조 탄압에도 ‘우려’
“결사 자유 위한 환경 조성”
정부, 대부분 사안 ‘난색’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기관을 설치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권고했다. 한국 정부의 건설노조 낙인찍기·수사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태원 참사 관련 권고 등 유엔의 주요 권고 내용이 발표되자 법무부는 ‘대대적인 조사와 수사가 이뤄졌으며 유가족에 대해 지원도 하고 있다’는 반박문 성격의 입장을 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유엔의 권고를 이행할 의사가 사실상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지난 3일 한국의 5차 자유권 규약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에 대한 최종 견해를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1990년 자유권 규약을 비준한 후 정기적으로 심의를 받았다. 이번 심의는 2015년 4차 심의 이후 8년 만에 이뤄졌다.
자유권위원회는 “2022년 10월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다중 인파 운집 참사를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사건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철저하고 독립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에게 효과적인 구제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자유권위원회는 그러면서 “진실을 규명할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구를 설립할 것, 고위직을 포함한 책임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도록 보장하며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적절한 처벌을 가할 것,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적절한 배상과 추모를 제공할 것, 재발 방지를 보장할 것”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자유권위원회 권고에 대해 “참사 직후부터 경찰의 특별수사본부 수사, 검찰 수사, 국회의 국정조사 등 대대적 조사와 수사가 이뤄졌고 피해자 지원단을 출범해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범부처 차원의 TF를 구성해 65개 재발 방지 대책이 포함된 국가안전 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이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관리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이 밖에 자유권위원회는 “건설노조 사무실에 대한 수차례 압수수색, 고액의 과징금 부과, 조합원 소환조사·구속·징역형 등 사법적 괴롭힘과 낙인찍기를 포함해 지난해부터 노조활동에 대해 심각한 탄압이 있었다는 보고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에 대한 낙인찍기, 개입, 사법적 괴롭힘이 없도록 하고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주요 권고 사안 대부분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명예훼손 비범죄화에 대해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기는지 여부, 강력한 민사 제재인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구비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는 자유권위원회의 주요 권고를 반박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5차 유엔 자유권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은 “주요 권고에 대한 정부의 반박 내용은 심의 과정에서 정부가 했던 발언의 반복에 불과하다”며 “심의 과정에서 위원회의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힌 정부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희진·이보라·김지환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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