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사무처, 감사위에 딴지…‘유병호 독주’ 또 도마

조문희·조미덥 기자 2023. 11. 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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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위 의결 징계건, 사무처서 ‘직권재심의’
기재부 직원 징계 요청에 감사위가 ‘주의’ 수준 그치자 반발
“유 총장 명예회복용 무리수” “전현희 건 명분쌓기” 해석도

감사원 사무처가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감사 결과에 대한 직권재심의에 나선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사진)은 부임 후 담당자 5명에 대해 전 정권 봐주기 감사를 했다는 이유로 내부 감찰까지 벌이며 이 감사를 밀어붙였다. 그럼에도 감사위가 감사 대상에 낮은 수준의 징계를 의결하자 사무처 차원에서 반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감사원 사무처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에 이어 또다시 감사위와 대립하는 형국이 됐다. 직권재심의 남용에 대한 우려도 정치권에서 이미 제기된 바 있어, 유 총장의 ‘불도저식’ 감사에 대한 비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 사무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감사 결과에 대한 직권재심의 안을 최근 부의해 감사위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최재해 감사원장의 승인은 거쳤으며, 감사위가 재심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사무처 안에 따라 감사 결과가 변경된다.

사무처가 문제를 제기한 대목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업무 미흡으로 지적을 받은 기획재정부 과장 등의 징계 양정으로 알려졌다. 앞서 감사원은 2019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평가 지표가 임의 조정된 사례를 다수 포착했는데, 이와 관련해 책임이 있는 기재부 담당자들에 대해 관리·감독 소홀 혐의로 징계를 요청했는데도 감사위가 일부 기재부 직원에 대해선 주의를 주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사무처의 직권재심의 부의안에는 이들 기재부 직원의 징계 수준 상향 요구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감사는 유 총장이 공공기관감사국장이던 2021년 2월 시작한 감사로, 내부 갈등 등 사유로 중단됐다가 유 총장 보임 이후 재개됐다. 당시 국장이던 유 총장은 감사 기간 연장을 주장한 반면, 최성호 당시 사무총장과 공공기관감사국 A과장 등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대립이 심했다고 한다.

이후 총장이 된 유 총장은 A과장 등 5명에 대해 ‘전 정부 봐주기 감사’를 했다며 직위 해제하고 내부 감찰을 지시했지만, 지난 8월 나온 감사 결과 역시 기재부 과장 등 주의 통보에 그쳐 중대 비위 사실을 발견하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감사원 내부에서는 이번 직권재심의에 대해 유 총장 명예회복성 ‘무리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감사원법상 직권재심의는 감사원의 판정·처분 요구·권고 및 통보가 위법·부당한 경우에 하게 돼 있는데 징계 양정은 위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상대 감사에 이어 또다시 사무처가 감사위원회와 대립하는 구도도 감사원에 부담이라는 지적이 있다.

전 전 위원장 때는 감사위 회의 및 감사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사무처와 감사위 간 충돌이 나타났다면, 이번엔 감사 결론이 나온 상황에서 검찰 역할인 사무처가 법원격인 감사위 판단에 ‘딴지’를 거는 격이다. 전 전 위원장 때는 유 총장이 조은석 감사위원 1명과 대립했다면, 지금은 원장 포함, 감사위 전체 결론에 맞선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번 직권재심의는 전 전 위원장 직권재심의에 앞선 ‘명분쌓기’로도 보인다. 감사원이 전 전 위원장 감사 과정 관련해 꾸린 내부감찰 태스크포스(TF)는 지난 10월 감사 결과를 직권재심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조문희·조미덥 기자 moony@kyunghy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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