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수의 길, 이젠 한국 야구의 역사…한켠에 남은 진한 아쉬움, 내년엔 화려한 부활?[SC초점]

박상경 2023. 11. 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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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2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24/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누구도 밟지 못한 미지의 땅, 대투수는 그 길을 걷고 있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 양현종(35)의 행보, '기록의 사나이'란 수식어에 부족함이 없었다. KBO리그 통산 최연소 160승, 최다 선발 등판 및 최다 선발승 기록을 세웠다. 개인 통산 다승 단독 2위, 10시즌 연속 100이닝 달성 및 역대 2번째 1900탈삼진, 역대 3번째 9시즌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 역대 3번째 2300이닝, 9시즌 연속 170이닝 등 일일이 세기도 버거울 정도로 의미 있는 기록을 쏟아냈다.

내년에도 기록 행진이 이어진다. 선발 등판 및 승리, 탈삼진, 이닝 등 숫자를 쌓아갈 때마다 KBO리그엔 새로운 기록이 생기게 된다. 그가 걷는 길이 곧 역사가 되는 셈.

양현종이 미국 진출 1년 만에 친정팀 KIA로 돌아와 맞이한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만 해도 기대보단 우려가 컸다. 빅리그-마이너리그를 오가며 80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고,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구속-구위 저하도 눈에 띄었다. 양현종도 '에이징커브'를 피해가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양현종은 2022시즌 175⅓이닝 12승7패, 평균자책점 3.85를 기록하면서 대투수 다운 클라스를 뽐냈다.

1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KIA의 경기, 5회초 KIA 양현종이 롯데 윤동희의 타구를 호수비로 잡아낸 우익수 이우성을 향해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9.13/

올 시즌 양현종은 171이닝을 던져 9승11패, 평균자책점 3.58이었다. 이닝과 승수가 줄었지만, 평균자책점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QS) 투구(14회) 역시 지난해(16회)와 큰 차이가 없다. 7번의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그쳐 지난해(14회)와는 차이를 보인 게 못내 아쉽다. 그러나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여전히 QS 투구를 하며 꾸준하게 선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양현종의 기량을 짐작케 할 만한 수치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한해를 보낸 양현종. 그러나 마음 한켠엔 아쉬움이 한가득이다.

양현종이 마지막으로 가을야구 마운드를 밟은 건 2018년 10월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히어로즈(현 키움)와의 와일드카드결정전이다. 당시 4⅓이닝 3안타 2볼넷 3탈삼진 4실점(비자책)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 KIA는 한동안 가을야구와 멀어졌고, 양현종도 미국 도전을 결심하면서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KIA가 5강 막차를 타면서 와일드카드결정전에 진출했고 양현종은 2차전 선발로 내정됐지만, 팀이 첫판에서 패하면서 허무하게 가을야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도 KIA가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하면서 양현종의 아쉬움도 커졌다.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양현종이 숨을 고르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19/

10승 행진이 깨진 점도 마찬가지. 양현종은 그동안 누누이 '스승' 이강철 감독(KT 위즈)이 갖고 있는 10년 연속 10승 기록을 넘어서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올 시즌 단 1승이 모자라 기록 행진이 멈춰섰다. 지독하게 운이 따라주지 않은 시즌이지만, 누구를 탓할 순 없는 법. 양현종은 시즌 마지막 등판을 마치고 "시즌 전 170이닝이라는 목표를 스스로 약속했고, 이뤄서 기쁘긴 하다. 하지만 10승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좀 많이 남는다"며 "만약 8승에서 끝났다면 '내년에 잘 준비해야지'라고 홀가분하게 털어낼 수도 있었을텐데, 사람인지라 9승에서 끝나 더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 인생 동안 이 감독님의 기록을 하나씩 깨는 게 목표다. 그래야만 감독님께 인정 받는 선수가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기록 하나(연속 10승)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역시 '(이강철) 감독님 보다 한 수 아래구나', '아직 감독님을 넘어서기엔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년에도 양현종이 두 어깨에 짊어진 짐이 무겁다. 마운드 최고참으로 선발진 한 축을 맡아야 한다. 경기장 안팎에서 베테랑 다운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KIA 벤치다.

1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KIA의 경기, 더그아웃에서 연습투구를 하는 KIA 선발투수 양현종의 모습. 광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9.13/

양현종은 "아프지 않고 내년에도 170이닝을 던져야 하는 게 내 할 일이자 목표, 나 자신과의 약속"이라며 "우리 선수들 정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올해는 정말 운이 안 따라줬다. 우리 팀은 충분히 (가을야구에) 올라갈 실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대투수의 화려한 부활, 호랑이군단의 가을진군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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