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전면 금지…“시장 안정 아닌 정치 이슈로 활용, 주가조작 더 쉬워질 것”
‘작전세력 놀이터’ 될 우려 속…일각 “MSCI 편입 물 건너가”
금융당국이 5일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금지하기로 한 데 대해 총선을 앞둔 압박에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수차례 개선해 공매도 제도가 어느 정도 보완됐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특히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에 공들였던 만큼 공매도 전면금지에는 소극적이었다.
정부의 ‘한시적 공매도 금지’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일부 개인투자자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며 공매도 금지를 정치권과 정부에 요구해왔다. 특히 최근 2차전지주 급락, HSBC와 BNP파리바의 무차입 공매도 적발로 이 같은 목소리는 더 커졌다.
금융당국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공매도 전면금지설이 퍼지자 지난 3일 “공매도 전면금지 추진은 확정된 바 없다”는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기존 입장을 유지하다 오후 5시30분 공매도 전면금지를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주요 정책을 일요일 저녁 무렵에 발표하는 것은 금융위기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정치권의 압박이 있었음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으로 금융정책을 ‘경제’가 아닌 ‘정치’로 접근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등 일시적으로 시장에 큰 충격이 있을 때 시장 안정을 위해 공매도를 금지할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공매도는 이미 정치적 이슈로 소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한시적 금지가 제도 개선 기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에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무차입 공매도가 문제라면 그에 대한 처벌을 세게 하면 되지만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된 2개 투자은행에 대해서도) 어떻게 처벌하겠다는 이야기는 오히려 안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공매도 전면금지로 국내 증시가 ‘작전세력의 놀이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는 주로 주가가 급등한 종목에 몰리기 때문에 시장에서 주가 이상과열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공매도가 전면금지되면 금융당국 이외는 주가 이상급등을 견제하기 어려워진다. 현재 검찰이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영풍제지는 공매도가 불가능한 종목이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공매도는 적절한 가격 발견 기능과 시장 변동성을 낮추는 기능이 있다”며 “영풍제지도 만약 공매도가 가능했다면 주가가 너무 올랐다 싶을 때 벌써 공매도가 들어가서 일이 커지기 전에 주가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매도 한시적 금지로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 증시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 증시의 MSCI 선진지수 편입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이렇게 되면 MSCI 편입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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