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재벌이지만 마음이 허하다…통산타율 4위에 타격왕까지 했는데, 닿을 듯 닿지 않는 ‘KS’[MD수원PO]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하늘이 도와줘야 한다.”
하늘은 올해도 손아섭(35, NC 다이노스)의 마지막 꿈을 꺾었다. 숙원사업과도 같은 타격왕을 이뤘으니, 이건 좀 더 기다렸다가 성취하라는 뜻일까. 손아섭은 데뷔 17년차인 2023시즌에도 한국시리즈 출전에 실패했다.
손아섭은 통산타율 0.322로 3000타석 이상 소화한 역대 KBO 타자들 중 4위를 자랑한다. KBO를 대표하는 교타자다. 그동안 타격왕 2위와 3위만 각각 두 차례 차지하다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타격왕 한을 풀었다.
NC와 4년 64억원 FA 계약한 뒤 첫 시즌이던 작년에 부진한 뒤 올해 미국 LA의 강정호 아카데미를 찾아 발사각, 스윙궤적 등을 싹 바꾼 게 통했다. 주장으로서 리더십도 제대로 발휘해 팀을 정규시즌 4위, 플레이오프 무대까지 이끌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무대는 올해도 손아섭을 외면했다. NC는 5일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서 2-3으로 패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1~2차전을 잡았으나 3~5차전서 체력 고갈을 드러내며 시즌을 마쳤다.
손아섭은 5차전을 앞두고 “지명타자로 나가는 나도 힘들고 방망이가 무겁다고 느껴지는데, 수비를 풀로 나가는 선수들은 얼마나 힘들겠나. 어제 소고기를 먹는데 젓가락을 들 힘이 없었다. 포스트시즌 1경기는 정규시즌 더블헤더 18이닝을 소화한 것보다 더 힘들다. 우리 타자들의 타격 사이클이 꺾인 건 체력 문제가 크다”라고 했다.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결정전,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KT와의 플레이오프까지 9경기. 정규시즌으로 환산하면 20경기 정도의 피로감이었다. 매 순간이 승부처라서 결과에 대한 부담이 큰 무대다. 정규시즌 4~5위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한국시리즈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손아섭으로선 허탈한 결과다. 그러나 손아섭은 해탈한 듯 ”당연히 한국시리즈에 뛰어보고 싶고 우승도 하고 싶다. 그러나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하늘이 도와줘야 한다. 모든 합이 맞아떨어져야 한다”라고 했다.
결국 손아섭은 프로 17년차에도 한국시리즈를 못 해봤다. 페넌트레이스 통산 1974경기를 뛰었고, FA 계약총액만 162억원으로 FA 재벌 6위다. 타격왕에 통산타율 4위 타이틀까지. 손아섭은 해탈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보다 아쉬운 사람이 또 있을까.
▲역대 FA 계약총액 톱10(비FA 다년계약 제외)
1위 양의지(두산)-277억원(2019년 125억원+2023년 152억원)-2015~2016년 두산-2020년 NC
2위 김현수(LG)-230억원(2018년 115억원+2022년 115억원)-2015년 두산
3위 최정(SSG)-192억원(2015년 86억원+2019년 106억원)-2018년 SK-2022년 SSG
4위 강민호(삼성)-191억원(2014년 75억원+2018년 80억원+2022년 36억원)
5위 이대호(은퇴)-176억원(2017년 150억원+2021년 26억원)
6위 손아섭(NC)-162억원(2017년 98억원+2022년 64억원)
7위 나성범(KIA)-150억원(2022년 150억원)-2020년 NC
8위 황재균(KT)-148억원(2018년 88억원+2022년 60억원)-2021년 KT
9위 최형우(KIA)-147억원(2017년 100억원+2021년 47억원)-2011~2014년 삼성, 2017년 KIA
10위 박민우(NC)-140억원(2023년 140억원)-2020년 NC
FA 계약총액 탑10에서 한국시리즈를 한 경기도 못 치러본 선수는 강민호, 이대호, 손아섭 등 3명이다. 이들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을 제외한 7명은 최소 한 차례 이상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이 있다. 올 시즌에는 김현수와 황재균이 또 다시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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