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의 꼴찌 후보, 여기까지 왔다…NC의 아름다운 가을 18일, PS 6승 3패로 마감

신원철 기자 2023. 11. 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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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팬들을 바라보는 박민우(왼쪽)와 박건우 ⓒ곽혜미 기자
▲ 에릭 페디는 결국 플레이오프 한 차례 등판을 끝으로 시즌을 마쳤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신원철 기자] 꼴찌 후보라는 '악평'을 원동력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끝까지 가지는 못했다. NC 다이노스가 정규시즌 144경기에 이어 포스트시즌 9경기를 마치고 가을 야구에서 퇴장했다.

NC 다이노스는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2-3으로 역전패했다. 1차전과 2차전을 내리 잡아내며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1승만 남겨두고 있었는데, kt에 3경기를 연달아 내주면서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지난달 19일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시작한 18일 동안의 가을 이야기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꼴찌 후보에서 여기까지 왔다. NC는 강인권 감독조차 "우리가 가장 베일에 싸인 팀이 아닐까"라고 말할 만큼 많은 변수를 안고 시즌을 시작했다. 드류 루친스키가 팀을 떠나는 등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전력의 절반 가까이를 재구성하는 도전이었다. FA 시장에서는 주전 포수 양의지를 놓치고 박세혁을 영입했다. 투수도 야수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워싱턴 내셔널스 5선발 출신 에릭 페디가 20승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하며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했고, 트리플 크라운 홈런왕 제이슨 마틴은 시즌 초반 적응에 애를 먹는 듯했지만 118경기에서 OPS 0.815와 17홈런을 기록하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유틸리티 내야수 서호철이 주전급으로 떠오르고, 김영규 류진욱이라는 확실한 좌우 셋업맨까지 발굴했다.

▲ NC 강인권 감독과 kt 이강철 감독 ⓒ곽혜미 기자

지난해 10월 정식 감독으로 취임한 강인권 감독은 첫 해 귀중한 경험을 했다. 시즌 중에는 박건우의 워크에식 문제가 외부로 드러나며 홍역을 겪기도 했지만 결국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박건우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선수단에 녹아들었다. 성적도 살아났다. 박건우는 전반기 69경기에서 타율 0.286을 기록했는데, 후반기 61경기에서는 무려 0.360으로 폭발했다.

더불어 캡틴 손아섭을 중심으로 뭉친 선수들은 하위권이라는 예상을 양분으로 삼아 정규시즌 144경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비록 시즌 막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 유격수 김주원과 포수 김형준, 셋업맨 김영규의 공백을 실감하며 하락세를 타기는 했지만 끝까지 3위에 도전했다. 정규시즌 최종 순위는 75승 2무 67패 승률 0.528로 4위였다.

▲ 손아섭 ⓒ곽혜미 기자

정규시즌 마지막 날까지 3위를 노리느라 체력을 비축할 틈도 없이 포스트시즌에 들어갔다. 게다가 단판 승부에서 특급 에이스를 쓸 수도 없는 처지였다. 처음으로 5위에 지는 4위가 될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그러나 NC는 가을 야구에서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10월 19일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는 0-3 열세를 서호철의 만루포로 한 번에 뒤집으면서 최종 스코어 14-9 완승을 거뒀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시즌 3위 SSG 랜더스를 3경기 만에 끌어내렸다. 1차전 선발투수 신민혁은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3.98의 평범한 성적을 남겼는데, 22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5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강심장 면모를 자랑했다. 23일 2차전에 이어 25일 창원에서 열린 3차전까지 잡고 3전 전승으로 시리즈 업셋을 이뤘다.

▲ 신민혁 ⓒ곽혜미 기자

플레이오프도 NC의 분위기가 이어지는 듯했다. 지난달 30일과 31일 수원 원정 2경기를 전부 잡았다. 1차전은 상대 1선발 윌리엄 쿠에바스를 공략하고,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 나선 페디가 6이닝 12탈삼진 1실점으로 NC에 승리를 안겼다. 2차전은 9회말 위기를 김주원의 끝내기 호수비로 막아내고 포스트시즌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결국은 포스트시즌에서 너무 많은 경기를 치른 것이 선수들의 체력 문제로 돌아왔다. 이미 2차전부터 타격감이 떨어지는 조짐이 있었고, 2일 3차전에서는 무득점에 그치며 0-3으로 졌다. 3일 4차전에서는 2-11로 대패했다. 불펜투수들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준플레이오프를 지나면서 지친 기색을 보였다.

▲ 페디 신민혁 ⓒ곽혜미 기자

배수의 진을 쳐야 했지만 마지막 경기에 페디를 내보내지 못했다. 페디는 지난달 16일 KIA전에 선발 등판해 오른팔에 타구를 맞고 교체됐다. 이때 타박상과 오른쪽 팔꿈치 충돌 증후군 부상을 입었다. 여기에 정규시즌을 거치며 쌓인 어깨 피로가 남았다.

페디는 준플레이오프 3경기를 모두 결장했고, 플레이오프 1차전에 돌아와 역투를 펼쳤으나 다음 등판은 없었다. 먼저 2점을 뽑은 뒤 신민혁의 4⅓이닝 2실점 역투로 팽팽한 경기를 이어갔으나 결국 역전을 허용했고, 끝내 추격하지 못한 채 5차전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경기를 마친 뒤 선수단은 "마지막까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다시 도전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팬들에게 고개숙여 인사했다.

이진만 대표, 임선남 단장과 강인권 감독, 주장 손아섭 등이 참가한 가운데 선수단 미팅이 끝나고 하나둘씩 한국시리즈까지 대비했던 원정 가방을 들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신민혁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면서, 박건우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눴다.

▲ 박민우 ⓒ곽혜미 기자

경기 후 강인권 감독은 "우리 선수들 너무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했다. 다만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경기 마무리가 안 좋아서 아쉽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체력적인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또 "시즌 전에는 저평가를 받았지만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열정적으로 해줬다. 마지막이 아쉽지만 그래도 잘 해줬다. 시즌을 치르면서 행복한 도전을 했고 아름다운 여정을 보냈다"고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주장 손아섭은 "아쉽고 분한 마음도 있다. 좋은 팀에서 멋진 시즌을 함께 해서 후배들에게 감사하고, 고생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마음으로 경기했다. 한국시리즈는 생각하지 않고 이 순간에 모든 것을 쏟는다는 마음이었다.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NC 팬들은 긴 원정을 감내하며 선수들의 가을 여정을 함께 했다. 손아섭은 "NC 다이노스 팬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시즌이었다. 너무 감사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팬들께 즐거움을 드릴 수있어서 행복했다. 내년 시즌에는 정규시즌부터 더 높은 곳에서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응원 정말 너무 감사했다"고 전했다.

▲ NC ⓒ곽혜미 기자
▲ NC ⓒ곽혜미 기자

#NC 다이노스 2023년 성적

정규시즌 75승 2무 67패 승률 0.528 4위

포스트시즌 9경기 6승 3패

포스트시즌 역대 최장 연승(2020 KS 4~2023 PO2, 9연승) 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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