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 미궁의 문
우리 집 정문 쪽은 병원 장례식장 후문입니다. 가끔 검은 소복을 입은 사람들이 수구문처럼 이 문을 드나드는데, 그 몰골이 도드라져 보이는 날이면 열이 나는 아이를 안고 발 동동 구르며 드나들던 시간이나 간이 신통치 않던 내게 문병을 왔다가 병도 없는 곳으로 가버린 핏줄들의 발자취도 떠올리곤 합니다. 치유도 병도, 생과 사도 문을 바꿔 드나들기 좋은 곳에 있어서 어쩌면 여기는 일주문 같은 곳인가 봅니다. 잠깐 걸어가면 작은 상가가 있는데 1층은 느티나무보신탕집입니다. 2층은 행복한동물병원입니다. 아이러니는 늘 서로를 버리지 않고 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동물을 즐겨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개는 아프면 인간에게 미안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입구와 출구는 하나의 구멍임이 분명했으나 영원히 교란된 미궁이기도 했습니다. 두 문 사이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사람일 이유도 없었고 왜 내가 나인지도 헷갈릴 때가 있었습니다.
문동만(1969~)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문 앞에 선다. 어떤 문은 잘 열리기도 하고, 어떤 문은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다. 또 어떤 문은 열고 들어갔으나 출구를 못 찾거나 출구를 찾아도 쉽사리 빠져나올 수가 없다. 자신의 집 정문 쪽에 있는 시구문 같은 ‘병원 장례식장 후문’을 시인은 ‘일주문’ 같다고도 했는데, 이는 ‘생과 사’가 ‘문을 바꿔 드나들기’ 때문이다. 시인의 시선을 따라 작은 상가로 들어가면, ‘1층은 느티나무보신탕집’ ‘2층은 행복한동물병원’이다. 1층이 유기, 방치, 분실, 죽음, 식용 등으로 들끓는 가마솥이라면 2층은 링거를 맞으며 사랑, 소유, 존엄, 치료, 회복, 생명 등이 연장되는 곳이다.
입구와 출구, 시구문과 일주문 사이에 인간(인간 동물)과 비인간(비인간 동물)이 공존한다. ‘내가 사람일 이유도 없’고 ‘왜 내가 나인지도 헷갈’린다고 한 시인은 사람과 세상의 경계가 무용함을 몸으로 안다. 여러 개의 흔들리는 눈빛들을 보면서 그 속에서 시인이 꺼낸 슬픔의 잔해를 만져본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미궁 앞에 서서 영원히 헤매는 자들이다. 그러니 어떤 문으로 들어가서 어떻게 나올 것인가?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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