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희생 늘며 갈등 커져…아랍권, 역대 최대 ‘反이스라엘 불매운동’
이집트에는 과거 이스라엘과 대규모 중동전쟁을 벌인 탓에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있기는 하지만 가자지구 및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양쪽 모두에 비교적 교류가 잦았다. 그런 이집트인들이 “다른 중동국가 사람들 생각도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방송을 통해 연일 전해지는 민간인 피해 소식과 확전 위협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살피고 있었다.
● 아랍권에 퍼진 反이스라엘 불매 운동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면서 이스라엘과 아랍권 사이 지지하는 세력에 따른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카이로에선 잇따른 반(反)이스라엘,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자주 열리고 있다. 긴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4일 카이로 시내에 있는 이스라엘대사관과 팔레스타인대사관 앞에는 각각 대규모 무장 경찰 병력이 주둔하며 혹시 모를 테러 위협에도 대비하고 있었다.
이집트 당국은 허가되지 않은 집회 관련 참가자 100여 명을 구금하는 등 최근 강경 대응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즉각 이스라엘은 휴전하라”거나 “이스라엘은 없어져야 한다”며 규탄했다. 이밖에도 상점, 주택가, 차량 등에도 연대 취지로 팔레스타인 국기를 걸어놓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은 ”최근 수년간 중동권에서 벌어진 반(反)이스라엘 보이콧 움직임 중 역대 최대이자 가장 영향력이 막대한 수준“이라고 3일 전했다. 특히 이스라엘 맥도날드가 이스라엘군에 무료 음식을 제공한다고 밝히자 불매운동은 들불처럼 번졌다. 이스라엘에 후원을 했거나 이스라엘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스타벅스, 코카콜라, 네슬레, 넷플릭스 등 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관련 기업의 광고를 찍었던 유명 배우들도 소셜미디어에서 ‘댓글 공격’을 당하자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이들은 “불매운동이 팔레스타인을 해방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연대는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불매운동이 무차별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네티즌은 특정 기업을 거론하며 “이 업체가 이집트 브랜드인가, 외국 브랜드인가”라고 반문했다. 심지어 외국인들에게도 “요즘 맥도날드를 배달시켜 먹으면 안 된다”며 훈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 세계 곳곳서 “휴전하라” 시위 봇물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선 휴전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도심에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공모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7일 개전 이후 프랑스 당국이 허가한 합법 시위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선 시위대가 길을 막고 앉았다. 이들은 “지금 당장 휴전하라” “우리는 모두 팔레스타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친(親)이스라엘 집회도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다. 3일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전날 ‘반유대주의에 반대한다’며 하마스의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에 약 2만 명이 참가했다. 4일 캐나다 퀘백 맥길대에서 열린 집회에선 일부 극우 성향 참가자들이 “더 많은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죽이라”는 과격 구호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대학가와 언론계에서도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미 코넬대는 학내 갈등 격화로 긴급 휴교 방침을 내렸다. 미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대량학살 시도라고 비판하는 성명에 서명했다가 NYT의 정책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사임했다. 해당 성명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을 조건부 지지한 NYT 사설도 비판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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