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외면받는 ESG 투자, 정부는 ESG가 돈이 되도록 해야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방산업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에너지 가격 급등에 전통적인 화석연료 기업들의 매력도가 높아졌다. 글로벌 ESG 펀드들은 기존 펀드 대비 성과가 부진했고, 미국에서는 ESG 펀드의 자금 유출과 청산이 나타나고 있다.
ESG 펀드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드는 것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국내에 설정된 ESG 펀드의 전체 순자산(AUM)은 3조8386억원으로 2021년 말(4조9471억원) 대비 22.4% 감소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주요 국가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돈의 가치가 높아지자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ESG 투자에서 돈을 빼는 것이다. 시장에 돈이 풍부할 때는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 이상적인 사회, 더 나은 지배구조를 위한 장기적인 철학이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경기 둔화와 고금리로 돈의 가치가 귀할수록 투자자는 단기 수익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ESG 관련 투자를 늘리고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미래 기술이 돈이 되도록 하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향후 10년간 3690억달러(약 484조원)를 청정에너지와 기후테크 산업에 투자한다. 직접탄소포집(DAC) 설비와 같은 혁신 기술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IRA 통과 후 1년간 총 1300억달러(약 170조원)에 달하는 270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가 발표됐다고 한다.
한국의 상황은 정반대다. 정부의 예산 축소 기조에 ESG 관련 투자도 줄어들고 있다. 2024년 기후대응 예산안은 14조5181억원으로 지난 4월 의결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의 2024년 목표치에서 15% 축소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탄소중립 핵심 기술 개발사업은 올해 1055억원에서 내년 412억원으로 절반 이상 예산이 삭감됐다.
그 결과 ‘2023 스타트업 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 투자는 주요국의 13% 수준이다. 국내 전체 스타트업 중 기후테크 기업의 비중은 4.9%로 주요국 중 최하위이다. 반면 각종 규제로 인해 글로벌 기후테크 기업 100곳 중 34곳은 국내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원은 적고, 규제는 많은 한국 ESG 정책의 결과물이다.
28도. 지난 2일 포항의 낮 최고기온이다. 11월 기온으로는 10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기후변화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는 최근 외면받는 ESG 투자 현황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 정부가 IRA를 통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유럽연합(EU)이 그린딜 산업 계획으로 유럽국부펀드를 신설하는 등 주요 선진국들의 발 빠른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도 ESG 정책을 통해 기업들을 지원하고, 투자자가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김재승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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