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희의 아이러니] 카카오는 어디로 갈 것인가
카카오, 준법·윤리경영 하게 될까
준법경영은 가능할지 몰라도
윤리경영은 솔직히 회의적이다
윤리경영이 화두인 시대다
카카오의 현명함과 건투 기원한다
며칠 전 윤석열 대통령은 카카오 택시의 횡포에 대해 “부도덕하다” “약탈적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미 관계당국의 조사를 받는 기업을 직접 비난하는 것이 적절한 정치행위인지는 의문이다. 공무원의 속성에 비추어 대통령이 알려준 정답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에 공감하지 않기도 쉽지 않다. 나도 택시기사들로부터 카카오의 횡포에 대한 하소연을 여러 차례 들었다.
대통령의 지적은 카카오와 택시기사의 관계에 관한 것이지만, 택시 사용자로서 느끼는 불편도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 택시 앱을 사용할 때 원치 않는 팝업 광고가 성가시다고 느낀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한 푼이 아쉬운 업체들에서나 볼 수 있는 불쾌한 사용자 환경을 카카오가 제공하는 건 뜻밖이다. 택시가 잘 안 잡힌다 싶으면 고가의 택시 호출을 유도하는 것도 대기업답지 못하다. 못마땅해서 다른 택시 앱도 사용해 보았지만 워낙 점유율이 낮아 불편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카카오 택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카카오톡이 처음 선보였을 무렵 서비스에 가입할 때 내 동의 없이 스마트폰의 연락처에 접근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얼마간 사용하다가 앱을 지웠는데, 카카오톡이 국민메신저가 되어 더 버틸 수 없는 지경이 되지 않았더라면 다시 설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직설화법에 놀란 카카오는 삼성그룹을 벤치마킹하여 부랴부랴 준법기구를 설립했는데, 누가 봐도 위기 모면용이다.
그런데 카카오의 위기는 윤리적 위기다. 기업을 윤리적으로 탈바꿈해야 근본적으로 해결될 텐데, 카카오는 과연 그런 의향과 능력이 있을까. 비윤리적으로 느껴지는 카카오의 사업방식은 회사의 실권을 쥔 사람들의 리더십에서 기인한다고 추론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리더십의 본질이 과연 바뀔 수 있는 것일까.
구글의 모토는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은 사악해지기 쉬운데, 구글의 창업자들은 그것을 스스로 경계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런 구글조차 이제는 구호가 무색해졌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기업윤리에 대한 경각심이 애초에 부족하다면 그 기업은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게다가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애초부터 딜레마에 빠질 위험을 안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새로운 시공간을 온라인에 창출하여 사람들을 모으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윤을 실현한다. 어떤 기업이 플랫폼을 완성하고 장악하면, 독점력으로 높은 이윤을 실현하려는 욕망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아마존을 상대로 반(反)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아마존이 경쟁 기업과 판매자의 가격 인하를 막고, 판매자에게 지나친 요금을 부과함으로써 공정 경쟁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일만은 아니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중진국일 때에는 기업이 정치권력과 유착하고,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이유로 평판이 매우 나빴다. 지금도 기업은 진보 성향의 사람과 사회과학 연구자에게 사회적 억압과 인간 소외의 대명사다. 기업에는 분명히 그런 부정적인 경향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누리는 현대문명의 편리함을 기업이 창출한 것도 사실이다. 기업은 물질문명의 건설자인 동시에 인간 소외와 착취의 근원지인 것이다. 기업의 발전을 총력을 모아 지원하되 그 야수성을 길들이는 것은 현대국가의 중요한 임무다. 독점과 안정적 이윤을 추구하려는 기업의 속성을 제어하여 경쟁적이고 윤리적인 시장질서를 유지하지 못하면, 시장은 실패하고 인간은 소외되며 나라는 위기에 처한다.
이제 한국기업은 세계적인 생산성을 자랑한다. 그러나 21세기의 기업은 윤리적 기준에서도 사랑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겉치레는 들통나기 마련이므로 그 윤리성은 진실하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기업이 무한경쟁에 시달리면서도 윤리적 길을 걷는다는 것은 대단한 결단을 필요로 한다. 단기적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윤리적 긴장을 놓치지 않는 기업은 위대하다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다.
카카오는 과연 준법·윤리경영을 하게 될까. 준법경영은 가능할지 모른다. 윤리경영은 솔직히 회의적이다. 리더십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리적인 회사야말로 시장의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철저히 체득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윤리경영이 화두인 시대다. 세상에 편리함만이 아니라 가치를 선물하고 그것을 통해 기업도 번창하는 선순환을 보고 싶다. 카카오의 현명함과 건투를 기원한다.
조광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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