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웠더니 서로 손해"... 중국·호주, 은근슬쩍 다시 손잡는 이유는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도
2018년부터 '삐끗'... "상호의존성만 확인"
지난 수년간 무역 갈등을 빚으며 첨예하게 대립했던 중국과 호주가 은근슬쩍 '화해 모드'로 돌아서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의 중국 방문(4~7일)은 양국이 '갈등 격화' 대신 '수습'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로 간주된다. 상대국 압박을 위한 수출입 제재가 오히려 두 나라의 '경제적 상호 의존성'만 부각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중국 상하이에 도착한 앨버니지 총리는 방중 이틀째인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제6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대화와 협력으로 양국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호주는 중국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상하이 도착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너무 좋다. 기대된다"고도 답했다.
호주 총리의 중국 방문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앨버니지 총리는 6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호주, 와인 등 수출 시장 붕괴...중국과 다시 화해
호주 입장에서 중국은 총 수출액의 3분의 1 이상을 안겨 주는 최대 무역 파트너다. 2021년 7월 기준 호주의 연간 대(對)중국 수출 규모는 826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35%를 차지했다. 2018~2019년 농산물 수출만 약 100억 달러에 달했는데, 예컨대 2019년 중국 수입 와인 시장에서 호주산 비율은 37%로 압도적 1위였다. 2위 프랑스산(27%)보다 10%포인트나 많았다.
이랬던 양국 관계가 꼬이기 시작한 건 2018년이다. 호주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 제재에 동참한 데 이어, 중국 내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중국의 심기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2020년 중국이 코로나19 발원지라는 의심을 받던 상황에서, 호주가 국제적 차원의 코로나19 발원지 조사까지 지지하고 나서자 중국은 결국 폭발했다.
중국은 대대적 무역 보복을 개시했다. 호주산 보리에 73%의 반덤핑 관세 폭탄을 시작으로, 석탄과 쇠고기, 와인, 바닷가재 등에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로 인한 호주의 연간 수출 손실은 14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됐다. 특히 중국이 최대 수출 시장이었던 와인의 경우, 200%가 넘는 관세 부과 직후 1년 만에 수출액이 74% 이상 급감했다. 호주 와인 산업 붕괴론까지 대두됐다.
"호주산 와인? 없어도 살지만 석탄·철광석은 안 돼"
아픈 건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화력발전소용 석탄의 절반 이상을 호주산에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호주산 석탄이 금수 조치로 사라지자, 2021년 중국은 극심한 전력난에 시달렸다. 일부 공장이 멈추고 신호등까지 꺼질 정도였다. 호주를 괴롭히기 위해 취했던 조치가 자국 경제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중국 내에선 '호주도 마음만 먹으면 우리를 괴롭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영국 BBC방송은 "중국은 철광석·액화천연가스를 호주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호주산 바닷가재 없이 살 수는 있지만, 호주산 철광석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중국도 안다"고 지적했다. 호주가 작정하고 맞보복에 나서면 중국 역시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드러났다는 얘기다.
호주에 대한 무역 압박이 중국의 외교적 고립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호주 로위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호주 안보의 위협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호주인 비율은 2018년 12%에서 무역 갈등 이후인 2021년 63%로 급증했다. 이 같은 반중(反中) 여론은 같은 해 미국·영국·호주 3국 간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출범을 앞당기는 요소로도 작용했다. 벤자민 허스코비치 호주국립대 교수는 "중국으로선 강압적인 경제·외교 제재가 호주를 미국과 더 가깝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라고 짚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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