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민주당 잘한 것 안보여 … 내년 총선에 나라 운명 걸려"
최근 한국 정치판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은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63)다. 190㎝가 넘는 덩치에 구수한 호남 사투리를 쓰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속 깊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위기의 여당에 뛰어들어 대통령 측근과 영남 중진을 향해 '희생'부터 요구한 인 위원장이지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독설은 꾹꾹 참아냈다. 그런 그를 5일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신헌철 정치부장, 이상훈 정치전문기자가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요 내용.
―친윤계·지도부·중진이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수용할까.
▷대통령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몇 명만 결단해도 내 일이 쉬워질 것이다. 선거가 얼마 안 남았다. 국민의힘 선거가 아니라 나라의 운명이 걸린 선거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이겨야 한다. 한국이 잘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를 하고 눈을 감고 싶다. 그러려면 우선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
―당내에서 '소는 누가 키우느냐'는 반응도 나왔다.
▷소는 국민이 키운다. 일부 반응은 내가 너무 쓴 약을 줘서 삼키기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그럼 약 좀 먹으라고 설득해야 한다.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 떨어지면 어떤가. 장관을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당에서 희생을 보고만 있겠나. 그럴 것 같지 않다. 위기가 오면 영웅이 나타난다. 나타나지 않으면 위기가 영웅을 만든다. 지금 당에 있는 사람들이 영웅이 돼야 한다.
―검찰 출신이나 대통령 참모들도 경선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보나.
▷선거 때마다 6~7명의 검사 출신이 국회에 입성했다. 검사는 전문직일 뿐이다. 그리고 당에는 법률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필요하다. 우리가 선거 룰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경선이 이뤄질 판을 짜놓으면 공평하고 신나는 잔치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럼 국민의 관심을 받고 표도 더 받는다. 선거에 더 유리하다. 미국의 '오픈 프라이머리'처럼은 못하겠지만 그런 철학을 갖고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다.
―왜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이겨야 하는지 국민을 설득한다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정권 때 주도권을 잡고 열심히 했으나 탈원전부터 시작해 그들이 잘한 게 안 보인다. 북한을 29번 다녀온 내 입장에서 봤을 때 민주당의 대북정책은 너무 낭만주의적이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그리고 보수는 친기업적이다. 일자리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만든다. 기업이 위법하지 않게 기업 활동을 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나라가 발전한다. 나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엄청 존경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좋아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는 10~20%의 보수와 10~20%의 진보만 있다. 최소 60%의 중도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 바쁘고, 1만원 가지고 시장에 나가 살 게 없어서 고민한다. 그것이 국민의 관심사다.
―민주당에 조언을 한다면.
▷나를 공격해서 뭐라고 좀 했다. 학교와 병원에 공문을 보내 내가 갑질을 했는지 묻는다. 순천시청에는 내 부모님의 결핵 퇴치 사업용 건물이 불법 건축물이 아니냐고 문의했다. 나는 흠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이 나를 공격할 때인가. 민주당도 변해야 한다. 민주당이 잘되길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면 어떤 조언을 할 건가.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외국 정상만 100명 가까이 만났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외교 활동을 했다. 그런데 여전히 검사님인 것 같다. 내가 있는 병원도 검찰만큼 수직적이다. 나도, 윤 대통령도 정치인 출신이 아니지 않나. 정치는 웃으면서 치고 빠지고, 악수하고 농담하고, 마음에 없는 이야기도 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부드러워져야 한다. 최근 윤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민주당 의원들과 악수도 하고 했다. 그게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큰 희망을 느꼈다.
―당에서 원하면 총선에 출마하나.
▷나는 혁신위원회 일을 하러 온 거라 총선 출마는 모양새가 안 좋다. 전에는 대한적십자사 총재 자리에 욕심이 났다. 북한에 아는 사람이 많고, 미국을 설득하는 데 내 얼굴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북한 국민에게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인도적 지원을 하고 싶다. 남한에는 보관하는 데 돈이 들어갈 정도로 쌀이 남아돈다. 남는 쌀로 사료를 만들고, 쌀로 막걸리를 만들 생각을 한다. 이제 적십자사 총재 자리는 물 건너갔다. 다만 미래에 비슷한 일을 할 수도 있으니 정치에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금지는 혁신안에서 완전히 빠졌나.
▷국회의장을 하려면 4~5선도 필요하고, 해외에도 다선을 규제하는 전례가 없다. 없는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 그래서 이 문제는 보류하기로 했다. 자칫 잘못된 길을 제시했다가 국가가 손해를 보면 안 되지 않나.
―여당이 추진하는 '김포시 서울 편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방 도시 입장에서도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통폐합하는 게 매력적이다. 다만 김포와 서울, 다른 도시에도 뜻을 물어봐야 한다. 여론도 보고, 토론도 해야 한다.
[이유섭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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