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안좋소? 같이 풀어보세" 이준석 포기않겠다는 인요한

이유섭 기자(leeyusup@mk.co.kr) 2023. 11. 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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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에 이준석 비중 있어
당에 들어와 싸울 용기 내달라
李 "당에 변화 없으면 다른 길"
지난 4일 부산 경성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 중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4일 부산까지 찾아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되돌아온 것은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가서 그와 이야기하라"는 싸늘한 대답이었다. 사전 조율이 없었다지만 '문전박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현재로서는 (대화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 말했다. 거리 두기의 일환이라는 해석과 함께 인 위원장에게 일부러 모욕감을 안기려고 작심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이 전 대표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인요한 박사님에게 영어로 말씀드린 것은 그가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현재로서는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일 매일경제와 만난 인 위원장은 "섭섭하긴 했지만, 사전 준비 없이 찾아간 내가 실례를 한 것"이라며 "애당초 경청을 하러 간 거라 내 입장에선 성과를 거둔 셈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태연한 모습을 유지했지만 인터뷰 중 여러 번 자신이 부산에서 '인내의 시간'을 보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인 위원장은 "나는 평생 스스로를 아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어제 평생 처음으로 나 자신이 어른임을 깨달았다"며 "어른이니 고개를 숙이고, 말을 듣고, 고민하고, 말을 아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과거 북한을 찾았을 때, 미국 스파이가 아니냐며 추궁을 당하고 야단을 많이 맞은 경험이 있다"며 "덕분에 이 전 대표로부터 야단을 많이 맞았지만, 힘은 안 들었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를 만나면 왜 마음이 안 좋은지, 내가 무엇을 해줬으면 하는지 묻고 싶었다"며 "그는 새누리당을 만든 사람이니 당에 애착이 있을 거고, 애착이 있으니 화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남 사투리로 "왜 마음이 안 좋은가. 같이 풀어보세"라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른 당을 만드는 게 본인과 국민의힘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 전 대표가 당에 들어와 치고받고 싸울 용기가 있다면 그것을 들어줄 내가 있지 않나"고 강조했다.

다만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에게 무조건적인 구애를 펼치는 게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인 위원장은 "이 전 대표는 부산 강연 중 '혁명'이란 단어를 사용했는데, 그것은 과거 공산주의를 떠올리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 전 대표 강연을 들으면서 박수를 안 쳤는데, 그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면서도 "이 전 대표는 20·30대 MZ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이고, MZ세대는 그가 정치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본다. 그의 이야기는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날 한 유튜브에 나와 "12월 말까지 당에 변화가 없으면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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