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땅에 핀, 판도라여행 소이작도…손맛·입맛·눈호강, 가히 없어라[투어테인먼트]

강석봉 기자 2023. 11. 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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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트래블팀


이적의 땅에 바람이 분다. 해적이 일어나 세곡선을 친다. 이적(夷賊·二賊)은 고려를 넘어 임진왜란 이후 포작’으로 바통터치다. 포작은 임진왜란을 피해 섬에 들어온 양민이다. 폭도와 양민은 어느 시대나 구분이 쉽지 않다.

이적과 포작이 살던 이적도는 오늘날 소이작도가 됐다

소이작도에 바람이 분다. 여심이 일어나 쾌속선에 넘친다. 도적출몰을 걱정하던 곳에서 도취충만을 노래한다. 배 띄워라~우럭·홍어(간재미) 잡아 서해 뱃놀이 제대로 즐겨보자.

그섬에 가고 싶다…소이작도 로맨스


사진|강석봉 기자


오전 8시30분 인천항 여객터미널을 출항한 배는 오전 10시 인천광역시 옹진군 소이작도에 닿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 시간은 족히 걸리던 뱃길이었다. 날쌘돌이 페리호의 심장 좋은 출력이 바닷길을 1시간20분으로 줄였다.

이 배는 자월도-승봉도-소이작도-대이작도를 경유한다. 소이작도 선착장에 닿으니 펜션 승합차가 이 집 저 집 여객을 가리지 않고 싣는다. 섬 인심을 엿볼 수 있다.

사진|강석봉 기자


소이작도는 인구가 워낙 적어 마을 내에는 버스도 편의점도 식당도 없다. 예약한 펜션에서 숙박과 교통·식사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 펜션 예약에 바다낚시는 필수다. 경험해 보니 여행객이 남는 장사다. 캠핑도 가능하다.

해적은 간곳없고 해사한 여행자만이…


사진|강석봉 기자


커피 민국답게 카페는 있다. 벌안해변 소이작도 여행자센터가 특산물판매점과 카페를 겸한다.

소이작도의 실거주 인구는 약 40가구에 80여 명 남짓이다. 관광객은 연 8000여 명을 웃돈다. 대이작도와 가까이 붙어 있다. 둘을 일컬어 이작도라고도 부른다. 이전 주민들은 소이작도가 큰 줄 알았다. 측량해 보니 마주한 섬이 더 커 전세 역전에 이름까지 뒤집혔다. 서로 간에 뱃길을 이용하지만 머지않아 연륙교가 생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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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밝혔듯 임진왜란을 피해온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섬에 살면서 해적질을 했다. 이는 섬을 알리는 스토리텔링이 됐다. 섬 곳곳을 다니다 보면 해적을 형상화한 그림도 만날 수 있다. 돌아보면 섬 이야기는 섬세하던가, 섬뜩하던가 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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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동죽 넘치는 동네마트…벌안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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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한 펜션은 한울펜션이다. 굳이 이름을 밝히는 것은 안주인의 음식 솜씨로 인해 매 끼니 행복감에 빠졌기 때문이다. 대합탕과 꽃게장으로 구성된 메뉴며, 바다낚시로 건져 올린 생선 등도 입맛을 사로잡았다. 해산물은 물론 소이작도 자생 나물도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다. 그 안주인의 바깥주인이다. 썰물로 속살 드러낸 펜션 앞 벌안해변에서 낙지를 캐 여심의 입맛을 돋운다.

사진제공|트래블팀


이 섬에 놀새 족만 있지 않더라. 여행자센터를 만든 인천관광공사 직원들은 해안 산책로 경계석에 세상을 닮은 오색을 칠했고, 플로긴 봉사를 나온 대학생들은 세상을 위해 오물을 치웠다.

실력 없는 여행객도 벌안해변을 걷다 보면 동죽 한 움큼은 건질 수 있다. 해안 경계면 갯바위에는 자생 굴이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촘촘히 박혀 있다.

하울펜션, 여행객이 잡은 먹거리. 사진제공|트래블팀


소이작도 배낚시…이율배반 아닌 이율두배


사진제공|트래블팀


오후에는 배낚시 타임. 소이작도는 갯바위에 둘러싸인 섬 지형으로 인해 천혜의 어장을 이룬다. 낚시채비라 봐야 별것이 없다. 무거운 추와 낚싯바늘 두 개, 커다란 얼레 하나면 끝이다.

선장이 출항 전에 배낚시 요령을 상세하게 가르쳐 주지만, 어차피 실전을 통해 배울 수밖에 없다. 미끼는 갯지렁이와 미꾸라지다. 바닥 바위에 걸려 낚시보다 낚싯줄 바꾸는 것이 큰일이었지만, 기다림은 손맛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사진|강석봉 기자


어차피 우리가 잡은 것이 저녁 식사 거리다. 모두의 협업이 관건이다. 광어·우럭·줄돔·볼락… 나름 다양한 어족이 초보자의 낚시질에 걸려들었다. 선장님이 제공한 홍어엔 환호성이 터졌다. 서너 시간 이어진 바다낚시에 우리는 모두 ‘도시어부’ 주인공이 됐다.

여행객의 바다낚시 체험 중 모자란 부분은 낚싯배 선장의 그물이 채워준다. 사진제공|트래블팀


저녁 식사는 우리가 잡은 생선으로 차려졌다. 우럭과 광어는 회로 나오고 홍어는 찜으로 나왔다. 자연산 회 그것도 갓 잡은 회의 맛은 어느 것이 회이고 혀인지 몰라 그만 사고를 치게 된다. 아야, 또 혀를 깨물었다. 이러다 너덜너덜 해지겠네.

소이작도 여행은 끝내 먹방이 됐다. 이튿날 아침에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야외 테라스에서 펜션 사장님이 끓여준 꽃게 라면으로 해장을 했다. 점심으로는 전날 잡은 물고기로 만든 생선튀김이 곁들여졌다.

개구리 없는 섬마을…뱀도 표독함 잃어


사진제공|트래블팀


소이작도를 떠나는 배는 오후 2시45분에 출발한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1시간20분이 걸린다. 배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소이작도 이장님과 함께하는 마을 투어가 있다.

정광연(65) 이장님이 여객선 선착장 뒤쪽에 자리한 큰말 쪽으로 여행객을 인솔했다. 소이작도 길은 신경질적이다. 좀 보태, 도로는 잔뜩 화가 나 있다. 오르막은 하늘에 치대고, 내리막은 땅으로 다이빙이다.

소이작도는 해군이 지킨다. 예전 육군과 해병이 경계를 설 정도의 군사적 요충이었는 데, 그 긴장은 조금 풀린 듯 하다. 소이작도에 초등학교가 하나 있었는데 폐교돼 군부대 막사로 변신했다.

대신 바다 건너 대이작도에 인천남부초등학교 이작분교가 있다. 학생은 총 4명이다. 소이작도에 초등학교 대신 어린이집이 하나 있다. 지난해 어린이 한 명이 등원했다. 원생 한 명을 선생님 한 분과 식사 담당 한 분, 이렇게 두 명이 돌본다. 이 아이가 대이작도 초등학교로 진학해 문 닫을 위기에 처했으나 다행히 대이작도에서 원생 둘이 이쪽으로 건너왔다.

마을의 최고령자는 98세 할머니다. 물 좋고 음식 좋으니 장수가 자연스럽다. 소이작도는 북서풍의 영향으로 북서쪽 사면은 춥고 동남쪽은 따뜻하다. 그래서 마을도 동남쪽 기슭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사진|강석봉 기자


길은 좁은 골목으로 이어졌다. 벽체가 투명하게 빛나는 게 신기한 집이 있어 살펴보니 소주병 2만 개로 지은 집이다. 100년 된 낡은 집는 소이작도 근대사를 목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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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바위…하늘 향한 천명일까, 침묵 같은 숙명일까


사진제공|트래블팀


소이작도 둘레길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것은 이곳 최고의 명물 손가락 바위다. 바다와 바람의 풍화작용으로 구멍은 숭숭 뚫렸지만, 바위의 형상은 분명 검지 손가락을 닮았다. 그 검지가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이곳에서 단 하나의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저 손가락을 입에 대면 침묵…말 많은 세상에 탈도 많다. 그러니 입 다물라”는 하늘의 경고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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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작도 투어는 1인 17만 원이다. 여기에는 ‘1박 숙박+3끼 식사+배낚시 체험+마을 투어’가 포함되어 있다. 인천관광공사에서 추진하는 ‘옹진섬 도도하게 살아보기’를 통해 예약하면 모든 관광상품을 40% 할인받을 수 있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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