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디가 불펜으로 갔지만 마운드엔 안 갔다…컨디션 안 좋으면 할 말은 없지만 ‘혹시’[MD수원PO]
[마이데일리 = 수원 김진성 기자] “마운드에 있으면 상대가 기가 죽는다.”
NC 다이노스 주장 손아섭(35)은 이렇게 얘기했다. 20승에 209개의 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을 찍은 특급 에이스 에릭 페디(30)를 두고 한 얘기였다. 그러나 정작 등장만으로 KT의 기를 죽일 수 있다는 그는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강인권 감독은 5일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을 앞두고 페디의 불펜 기용을 시사했다. 경기 상황, 페디의 컨디션을 봐서 구원 등판을 지시하겠다는 얘기였다. 실제 페디가 경기 중 불펜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등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NC는 경기 초반 2-0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3 역전패했다. 사실 페디가 등판하려면 선발 신민혁이 5회말 1사 1,3루 위기를 맞이할 때가 타이밍이었다. 실제 페디는 5회에 불펜으로 이동한 상태였다. 그러나 신민혁이 대타 김민혁에게 우선상 2타점 동점 2루타를 맞자 페디가 아닌 김영규로 교체됐다.
강인권 감독은 경기 후 “페디가 불펜에 갔는데 몸이 무겁다고 해서 나왔다”라고 했다. 강인권 감독은 자세한 설명은 삼갔다. 경기 전, 후 코멘트를 종합하면 분명히 불펜 투입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페디는 최종적으로 OK 사인을 내지 않았다. 그리고 NC는 시즌을 마쳤다.
NC는 이번 포스트시즌서 강행군을 치렀다.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결정전과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KT와의 플레이오프까지 총 9경기를 가졌다. 그러나 에이스라는 페디는 지난달 30일 플레이오프 1차전(6이닝 3피안타 12탈삼진 1볼넷 1실점) 등판이 전부였다.
페디는 10월1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서 고종욱 타구에 전완부를 맞고 그대로 시즌을 마쳤다. 이후 취재진은 거의 매일 페디의 컨디션과 등판일정을 강인권 감독에게 질문했다. 이른바 ‘1일 1페디’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강인권 감독의 답은 거의 매일 비슷했다. 페디가 준비가 덜 됐다거나, 몸이 조금 무겁다거나, 어깨가 조금 무겁다는 코멘트가 이어졌다. 고종욱 타구에 맞은 게 보통의 상황이 아니긴 했다. 그러나 이후 페디의 행보는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는 말이 나오기에 충분했다. NC는 시즌 막판부터 페디의 등판 여부를 사실상 페디에게 통보 받는 입장이었다.
마침 시즌 막판부터 페디의 메이저리그 재진출 설이 돌기 시작했다. 최근 MLB.com은 대놓고 페디와 이정후가 2024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있는 KBO리그 스타라고 보도했다. 미국, 일본 쪽 관계자들이 시즌 내내 페디에게 관심을 기울였던 건 사실이다. 그리고 페디도 비슷한 조건이면 NC 잔류, 일본보다 메이저리그 복귀에 대한 마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쉬고 선발 등판한 KT 윌리엄 쿠에바스의 투혼, 팀 퍼스트 마인드를 기대하는 건 아니다. 쿠에바스가 박수 받을 일일뿐이다. 그러나 페디가 정말 동료투수들이 포스트시즌 9경기서 온 힘을 짜내는 걸 바라보면서 자신의 컨디션만을 앞세워 ‘등판 불가’를 외친 게 보기 좋아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다.
페디의 진심은 알 수 없다. 정말 몸이 무거웠다면 누구도 페디의 등판을 강요할 수는 없다. 더구나 시즌 내내 선발로 나간 투수가 갑자기 구원 등판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가 내년에 메이저리그로 가든 어디로 가든 관계없이 말이다. 모든 선수의 건강은 소중하다. 그래도 페디의 속내가 궁금한 건 사실이다.
강인권 감독은 5차전 전 “본인도 (5차전 선발로 못 나가서) 아쉽게 생각했다”라고 했다. 진심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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