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8개월 간 공매도 전면 금지…"제도 개선 강구"(종합2보)
"불법공매도 실시간 적발 시스템, 대안 검토할 것"
부작용 우려에 "한국 특유의 상황 때문"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당국이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안정성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공매도 금지 종목이 수차례 주가조작 타깃이 되면서 공매도 전면 재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커지던 와중에 돌연 전면 금지 결정까지 나오면서 외국인 이탈 등 시장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불법 공매도, 시장 공정성·신뢰 저해할 우려"
현행 공매도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편입 종목에 한해 부분 허용되고 있다. 앞서 2020년 3월 코로나19 영향에 주식시장이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뒤 2021년 5월 일부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부분 재개했다.
과거 3차례(2008·2011·2020년)의 공매도 전면 금지 때와 동일하게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 등의 공매도는 계속 허용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내 증시 사상 네번째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를 발표한 자리에서 "정부는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와 관행화된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안정과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 하에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분쟁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주요국 대비 국내 증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등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러한 시장 불안 속에서 최근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고 추가적인 불법 정황까지 발견되는 등 불법 공매도가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하고 시장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자본시장법 제180조제3항에 따르면 금융위는 증권시장의 안정성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한국거래소의 요청에 따라 차입공매도를 제한할 수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는다"…전향적인 제도 개선 추진
그간 정부는 개인의 대주 상환기간을 90일에서 그 이상으로 연장하고, 담보 비율 인하를 통해 개인의 공매도 문턱을 낮추는 등 제도를 개선해왔찌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개인과 기관 간 조건이 동일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어서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 담보비율이 105~120%로 개인보다 낮고 공매도 대차 기한에 제한이 없어 여전히 개인에게 차별적인 조건이 적용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며 "그간의 제도개선 노력에도 기관의 대차와 개인의 대주는 차입조건 등이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 적발하기 위한 실시간 차단 시스템 구축 문제에 대해서도 대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문자 메시지, 이메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외국인·기관의 대차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무차입 공매도를 전산상 실시간으로 잡아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지만 김 위원장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달라진 입장을 처음으로 표명했다.
금융위는 "최근 적발 사례를 통해 드러난 외국이·기관 투자자의 불법 공매도 실태를 면밀히 분석하고 시장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들로부터 폭 넓은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며 "이를 토대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필요시 국회과 긴밀히 협의해 입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글로벌 투자은행(IB) 전수조사를 통해 무차입 공매도를 강력히 적발·처벌할 예정이다. 처벌 및 제재 수단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단 계획이다.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에 적발된 글로벌 IB들은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한 시스템을 장기간 방치했고 공정한 가격형성을 방해했으며 불법 공매도가 만연해 있다는 의심을 한층 고조시키게 됐다"며 "현재에도 일부 글로벌IB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 중이며 특별조사단에서는 공매도 거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약 10개 글로벌IB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최대한의 과징금과 형사처벌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처벌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이탈·주가조작 등 부작용 우려도
이날 김 위원장은 3일 전까지만 해도 공매도 금지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던 입장에서 '전면 금지' 초강수로 가게 된 배경에 대해 "지금 같은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거의 관행적인 불법행위를 그대로 놔두고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인 흐름도 당연히 보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상황을 고치지 않고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건실하게 발전하기가 어렵다"며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들한테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해외 사례가 많지 않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이복현 원장은 "시장에 참여하는 주요 기관 내지는 증권사 다수가 특정 영역에서 불법적 행위를 했거나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난 적은 아마도 전 세계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또 "공매도를 금지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시세조종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저희도 인식하고 있다"며 "그건 그거대로 한국거래소와 더불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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