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훈의 위험한 생각] 노회한 악마 스쿠르테이프의 유혹
현실에 길들여지길 원해
장기적 비전 귀 기울여야
영국 작가 C 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1941)는 악마가 바라보는 인간의 모습을 희화적으로 묘사한 기독교 변증법의 걸작이지만, 변화와 도전을 피하는 인간 속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철학서이기도 하다. 변화를 싫어하는 데는 여러 가지 핑계와 이유가 있고, 악마는 늘 이것을 이용한다.
첫째, 견고한 사회질서, 제도, 관습의 틀이 인간의 자유로운 생각을 막는다. 촘촘히 짜인 관료제의 틀은 안정적 국정운영을 돕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근본적 혁신의 아이디어를 좌절시킨다. 교육부의 시대착오적 관치를 개혁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여성가족부를 혁신하는 일이 그리도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둘째, 정치권의 진영논리가 국가 미래 구상을 위한 유연하고 혁신적인 생각을 막는다. 자신들이 이미 확보한 지지자 집단 30%를 안정적으로 고수하는 데 혁신은 그리 효율적인 전략이 아니다. 김포시를 서울특별시에 편입하려는 정책적 결정도 수도권 지지세를 지키려는 야당의 정치공학과 수도권의 판을 흔들고자 하는 여당의 시도라는 측면에서 해석하면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셋째, 일상의 삶의 무게에 눌려 있는 국민에게도 중요한 것은 늘 현재 시제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눈앞의 대학입학제도 개혁과 사교육카르텔 혁파 등 현안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최소 20년을 내다봐야 하는 미래 시제의 장기적 비전에는 관심이 없다. 노동·연금·교육과 같이 긴 호흡으로 해결해야 할 국가 난제가 뒷전으로 물러나고,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득표에 당장 도움이 되는 달콤하고 자극적인 공약들만 난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점에서 당장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국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은 반드시 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결기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기존 질서의 완고함, 정치적 진영논리, 일상의 무게가 아무리 우리를 누를지라도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 정치적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고, 오직 국가와 사회의 미래가 국정 기조의 방향타가 되어야 한다. 악마는 국가, 기업, 대학 그리고 개인이 현실의 일상에 편안히 안주하기를 원하며 갖가지 핑계를 대고 달콤한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 미래를 위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막으려 한다. 그래야 악마가 개입하기 쉽고, 통제하기 쉬운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의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우 파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통렬한 자기성찰을 통해 국가 미래의 비전과 문제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다소 '위험한 생각'에 귀를 기울이고 포용해야 한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에는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넘어선 그 어딘가에 화살을 정조준하는 위험한 생각이 필요하다. 어떻게든 눈앞의 위기를 넘어 집권하는 일만을 생각한다면, 이것이 바로 악마의 유혹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현실의 갖가지 핑계와 유혹을 넘어서는 위험한 생각과 행동이 대한민국 정치의 보편적 질서가 되어야 한다. 스쿠르테이프의 음모는 늘 우리를 주저앉히고 한 걸음도 앞으로 못 나가게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좌절할 수 없다. 위험하게 생각하고 위험하게 행동해야 한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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