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쇼핑 넘어 다양한 취향 추천···'스타일 포털'로 발돋움"
스타일커머스 넘어서 콘텐츠 영역으로
자체 개발 AI 개인화추천 기술 정교성↑
'글로벌 K패션플랫폼' 해외시장도 개척
거래액 4년 만에 60배 '파죽지세' 성장
“이제는 커머스 영역을 넘어 이용자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소통의 장을 제공하는 ‘스타일 포털’로 나아갈 것입니다.”
오경윤(사진) 에이블리 최고제품책임자(CPO)는 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에이블리는 2018년 패션 커머스에서 시작해 현재 뷰티·라이프 등 스타일(취향) 전반을 다루는 ‘스타일 커머스’로 성장했다. 오 CPO는 “콘텐츠 생태계를 만든 유튜브처럼 e커머스 분야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며 앞으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단순히 쇼핑을 넘어 콘텐츠를 소비하고 활용하는 영역까지 나아가겠다는 목표다.
카이스트대 전산학과를 수료한 오 CPO는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와 함께 ‘왓챠’ 창업 멤버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참여했다. 당시 인연으로 강 대표의 에이블리에도 합류했다.
에이블리의 활발한 영역 확장의 배경에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e커머스들은 미국의 아마존웹서비스(AWS)에 기반한 추천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에이블리는 AWS와 수많은 비교 테스트 끝에 취향 추천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예컨대 기저귀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곧바로 기저귀를 추천해주는 게 아니라, 3개월이 지난 뒤 추천 목록에 띄우는 식으로 알고리즘을 정교화한 것이다. 오 CPO는 “AWS는 다양한 기업에 제공되는 범용적인 목적으로 개발돼 정교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다”며 “바지를 이미 구매한 상태에서는 티셔츠(보완재)를 추천해주고, 바지를 구경 중이거나 장바구니에 담은 상태에서는 다른 바지(대체재)를 추천해주는 식으로 고도화를 끊임없이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에이블리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로도 스타일 콘텐츠 생태계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넓혀나간다는 구상이다. 빠른 성과를 내기 위해 현재 조직 구성도 ‘스쿼드’ 단위로 운영하고 있다. 스쿼드란 운동 경기에서 유닛이 되는 선수 그룹을 말한다. MD·인사·전략 등 기능별로 조직을 구성하지 않고,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리고 목적지향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일본 시장 공략팀’ 등 목적별로 조직을 구성한 것이다. 오 CPO는 스쿼드들을 관리·감독하며 3개월 마다 각 스쿼드들의 방향성을 재정비한다.
오 CPO는 “어느 올림픽 조정 금메달리스트가 인터뷰에서 ‘모든 행동이나 의사 결정에서 배가 더 빨리 갈 수 있는지를 기준에 두고 계속 질문을 던졌다’며 성공 비결을 밝혔는데, 이게 직원들 사이에서 ‘밈’처럼 자리 잡았다”며 “요즘은 직원들이 먼저 ‘그래서 배가 빨리 가?’라는 질문을 많이 던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목적 단위로 조직을 구성하면 부서별로 담을 쌓고 내부 이익만 추구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일에도 힘을 쏟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이를 항상 경계하고 직원들에게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에이블리는 이 같은 전략으로 2018년 창업 이후 파죽지세로 성장해왔다. 2018년 거래액이 200억 원에서 지난해 1조 2000억 원으로 4년 만에 60배 성장했다. 지난달에는 브랜드관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25%, 구매 고객 수는 90% 급증했다. 올 3월 처음 월간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4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는데 오 CPO는 올해 연간 흑자도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블리는 현재 기업 간거래(B2B) 사업의 일환으로 풀필먼트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셀러들이 입점만 하면, 제품 포장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담당해주는 서비스다. 2019년에는 서울 성수동에 1000평 규모의 풀필먼트 센터도 열었는데, 지난해 초기 대비 4배로 확장했다.
에이블리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해외 사업과도 연동해 입점 쇼핑몰들이 홈페이지에서 ‘해외 판매’ 버튼만 누르면 별도의 비용 없이 일본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에이블리의 일본판 패션 플랫폼인 ‘아무드’는 지난해 일본에서 누적 다운로드 수 300만 회를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에이블리는 국내 셀러가 에이블리를 통해 다양한 국가에 진출해 매출을 낼 수 있도록, 해외 시장과 국내 셀러를 연결하는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이를 패션 영역에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확장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오 CPO는 “에이블리의 최종 목표는 사람들의 취향을 가장 잘 이해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라며 “이러한 고도화된 취향 추천 시스템은 패션뿐만 아니라 음악·영상·웹툰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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