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놓치면 안 올 것 같았다"…대타 카드 적중 '강철 매직'이 통했다→'패패승승승' 마법을 만들었다 [MD수원 PO]
[마이데일리 = 수원 김건호 기자] "기회를 놓치면 안 올 것 같았다."
KT 위즈는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이로써 3승 2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2021시즌 이후 2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다.
KT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수원에서 열린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NC에 패배했다. 1차전에서 수비 집중력이 무너졌고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도 3이닝 7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타선도 경기 막판에 가서야 터지기 시작했다. 1-9로 뒤진 9회말 배정대의 만루 홈런으로 점수 차를 좁혔지만, 이미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었다.
2차전에서는 웨스 벤자민이 5이닝 3실점(3자책)을 기록했지만, KT 타선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이번에도 경기 막판이 돼서야 타격감이 올라왔다. 8회 2점을 뽑으며 점수 차를 좁혔다. 이어 9회말 2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오윤석의 타구가 김주원의 호수비에 잡히며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하지만 3차전부터 경기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3차전 당시 KT 선발 고영표부터 필승조 손동현, 박영현, 김재윤이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타선에서는배정대와 문상철의 홈런이 터지며 귀중한 첫 승을 따냈다.
이어 4차전에서는 윌리엄 쿠에바스가 6이닝 동안 실점 없이 1피안타 완벽투를 펼쳤다. 타선도 장단 14안타를 터뜨려 11점을 뽑아 11-2로 대승을 거뒀다.
그리고 운명의 5차전에서 3회초 1사 후 김형준과 김주원이 김상수의 연속 실책으로 출루했다. 손아섭의 안타까지 나오며 만루 위기에 몰렸고 서호철의 희생플라이 타점으로 선취점을 내줬다. 이어 5회초에 1사 3루 위기에서 나온 손아섭의 1타점 적시타로 0-2로 밀렸다.
하지만 KT의 반격이 시작됐다. 5회말 1사 후 장성우의 2루타와 문상철의 안타로 1, 3루 기회를 만들었고 대타 김민혁의 동점 2타점 적시 2루타가 터졌다. 그리고 6회말 무사 만루 상황에서 박병호가 병살타로 물러났지만, 그사이 김상수가 득점해 경기를 뒤집었다.
이후 손동현, 박영현, 김재윤으로 이어진 필승조를 NC가 무너뜨리지 못했다. 결국, 2연패 뒤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실책이 나오면서 벤자민이 실점 했지만 최소 실점으로 따라갈 수 있게 투구했다. 끌려가는 경기를 한 번의 기회로 동점을 만들었고 역전까지 이어져 승기를 잡았다"며 "뒤에 나온 손동현, 박영현이 잘 막아줘서 이겼다"고 말했다.
이어 "최하위에서 치고 올라왔는데 2패 당한 뒤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3차전을 잘 이어주면 4~5차전은 우리가 우위라고 생각했다"며 "고영표가 잘 이어줬다. 쿠에바스, 벤자민도 우리의 야구인 선발 야구를 해줬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 이강철 감독은 빠른 결단을 내렸다. 6회초 벤자민이 선두타자 박건우에게 안타를 맞자 곧바로 교체를 단행했다. 손동현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손동현은 권희동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위기에 몰렸지만, 제이슨 마틴을 중견수 뜬공, 오영수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해 실점하지 않았다.
이강철 감독은 "벤자민이 4일 휴식 후 등판했다. 불펜 싸움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빠르게 교체했다"며 "포스트시즌 동안 흐름을 타며 좋은 기운이 있는 선수가 좋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손동현에 대해 그렇게까지 생각 안 했는데, 시즌 막판 박영현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된 기간에 빈 자리를 채운 경험이 도움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첫 날 구위 보면서 제일 눈에 들어왔다. 잘 활용했다. 고맙게 잘 해줬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 승부처는 5회말과 6회말이었다. 6회말에는 김상수가 안타를 치고 나간 뒤 황재균이 타석에 나왔다. 황재균은 바뀐 투수 류진욱을 상대로 안타를 때렸다. 무사 1, 3루에서 앤서니 알포드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박병호가 병살타로 물러났지만, 그사이 김상수가 득점해 역전에 성공했다.
이강철 감독은 "6회 무사 1루 상황에서 황재균에게 번트 사인을 냈다. 그런데 1루 견제가 나왔다. 그냥 치는 것 낫겠다 판단했다. 견제 이후 치는 걸로 싸인 바꿨다"고 말했다.
이날 데일리 MVP는 김민혁이었다. 5회말 대타로 나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동점 2타점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김민혁은 시즌 막판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회복했고 엔트리에 포함됐다. 아직 100% 몸 상태는 아니지만,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강철 감독은 "끌려가다 보니 한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안 올 것 같았다. 승부처이지 않나 잘못되더라도 승부처라고 생각했다"며 "2사 2루 상황이었어도 (김민혁을 대타 카드로) 내려고 했다. 김민혁의 타격감이 좋다고 생각했다. 엔트리 안 넣으려고 했는데 컨택이 가장 잘 되는 타자여서 엔트리에 넣었다"고 했다.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따낸 KT는 이제 LG를 상대한다. LG는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으며 21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많은 연습 경기를 진행했으며 지난 4일에는 관중을 받은 뒤 자체 청백전을 진행해 적응 훈련에 나서기도 했다.
이강철 감독은 "LG는 아직까지 생각 못했다. 이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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