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7000원? 회식 겁나"… 물가잡는다며 MB때 `빵과장` 재등장

최상현 2023. 11. 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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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물가 3년연속 5% 상승
저소득층, 식비로 소득 40% 써
정부, 우유·빵 등 담당관 지정
궁여지책 보여주기 행정 비판
2일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서민들의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먹거리 물가가 3년 연속으로 5% 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3년 전에 1만원으로 살 수 있었던 식료품이 1만2000원 가까운 가격으로 훌쩍 뛴 것이다. 당장 이번 주말 음식점에서 대표적인 회식 술로 꼽히는 '소맥'을 만들어 마시려면 기본 2만원 안팎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류 가격이 올라서다.

정부는 '물가관리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주요 식품별 담당자를 지정해 집중 관리할 계획이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먹거리 물가 고공행진에 고통받는 저소득층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했다. 9월까지 4.9%에 머물러 있다가 10월 들어 오른 것인데, 이런 추세가 유지되면 연말까지 5%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지수는 지난 2019년 0.0%에서 2020년 4.4%로 훌쩍 뛰었다.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5.9%를 기록했다. 3년 연속 5%대를 기록하면 2009~2011년 이후 10년여만에 처음이다.

외식 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10월 음식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6.4% 올랐다. 피자(11.5%)와 햄버거(9.6%), 김밥(8.9%), 라면(8.6%) 등의 상승폭이 컸다. 음식서비스 물가는 앞서 2021년 2.8%에서 2022년 7.7%로 훌쩍 뛰었는데, 이는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처럼 먹거리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분기 기준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94만 7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구는 식료품·비주류음료에 매달 24만원을 지출했고, 음식서비스(식사비)로는 12만 2000원을 썼다. 가처분소득의 37.4%를 식비로 지출한 셈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식비 비중은 △소득 2분위 24.9% △3분위 22.7% △4분위 20.6% △5분위 15.6% 순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눈속임 인상'이 문제?

먹거리 물가의 고공행진 배경으로 꼽히는 것은 원가 상승을 명분으로 한 이른바 '눈속임 인상'이다. 식품·외식업계가 원재료 가격 부담을 이유로 판매 가격을 올릴 때 원가 상승분 이상으로 인상폭을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산 쇠고기와 수입 쇠고기의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와 0.1% 하락했다. 반면 쇠고기 외식 물가는 같은 기간 2.2% 상승했다. 돼지고기 물가도 0.2% 하락한 반면, 외식으로 먹는 돼지갈비와 삼겹살 물가는 각각 4.3%와 2.8% 상승했다.

이런 현상은 주류업계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0월 소주와 맥주는 각각 전년 대비 0.4%와 1.0% 상승하며 전체 소비자 물가(3.8%)에 비해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식당과 주점 등에서 파는 소주와 맥주 가격은 각각 4.7%와 4.5% 올랐다.

최근 주류업계가 출고가를 잇달아 인상한 만큼 외식업계에서 판매하는 소주와 맥주 가격은 병당 1000원씩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비맥주는 지난달 11일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올린 데 이어 하이트진로는 오는 9일부터 출고가격을 평균 6.8% 올린다. 매출 기준 소주 시장점유율 60% 안팎을 차지하는 하이트진로는 소주가격도 '참이슬 후레쉬', '참이슬 오리지널'은 평균 6.95%, 진로는 평균 9.3% 각각 출고가를 인상한다.

국내 주류 양대산맥인 두 업체가 줄줄이 주류 출고가를 인상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도매상과 소매상을 거칠 때마다 공급 가격의 10% 수준의 부가가치세가 각각 붙고, 여기에 중간 유통 경로에서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고려해 각각 붙이는 마진은 제각각이라 정부가 어디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지 쉽게 답을 내기도 어렵다.

이대로면 음식점이나 주점에서 판매하는 소주·맥주 가격은 각각 1000원씩 추가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참이슬 후레쉬 출고가가 7.9% 오를 당시 식당 소주 가격은 기존 4000~5000원에서 5000~6000원대로 상승한 적이 있다.

◇정부, '빵 과장' '우유 사무관' 궁여지책 내놨다

정부는 먹거리 물가 오름세를 해소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꾸려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전담관 제도를 두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일 라면과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과 최근 인상 요인이 커진 설탕과 우유 등 7개 품목에 대해 담당자를 지정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원래 농산물에 대해서는 품목별로 담당을 두고 밀착 관리하고 있었는데, 먹거리의 경우 이 같은 체제가 없이 사무관 한 명이 전부 담당하고 있어 인력을 늘려 밀착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각 부처 차관을 물가 안정책임관으로 두고,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의 '물가 담당관'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조치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압박을 한다고 해서 인상 요인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대로 된 물가대책을 내놓을 수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상현·김수연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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