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5개월전 與 메가톤급 정책 릴레이…불붙는 선거 정국
野, '맞불'도 반대도 곤혹스러워…일단 "총선용 급조 정책" 비판에 집중
전문가들, 대체로 총선에 영향 점쳐…일부는 "尹·李 변화없인 제한적"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홍지인 기자 = 여권에서 연일 쏟아져 나오는 '메가톤급' 정책 이슈들이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 구도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 경기 김포시를 비롯한 인접 지역으로 서울을 확장하는 '메가시티' 구상에 이어 5일 '개미'로 불리는 주식시장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전면 금지하는 방안이 발표된 것이다.
이날 발표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동안 글로벌 스탠다드나 시장 자율을 훼손할 수 있다면서 미온적이던 정부를 여당인 국민의힘이 강하게 압박한 결과다.
실행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의대 정원 확대나 메가시티 구상과 달리, 당장 6일 개장하는 증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도 하다.
공매도 금지와 마찬가지로 메가시티 구상도 국민의힘이 주도한 사안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전담할 태스크포스(TF)도 꾸렸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대형 이슈들을 잇달아 꺼내 든 것은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관련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보선 참패 직후 국민의힘 '2기 지도부'는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민생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이슈는 당이 주도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는 동시에 참모와 장관들에게 '현장 행정'을 주문하면서 자신이 직접 뛰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국민 뜻대로'를 당의 대표적인 구호로 채택했다.
의료인력 확충과 공매도 한시적 금지에는 각각 국민 여론과 1천400만 개인투자자들의 요구를 여당이 정책으로 구현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메가시티 역시 김포시민을 비롯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이라는 게 국민의힘 설명이다.
'홍범도 흉상 이전' 같은 이념적 색채가 짙은 정책이 부각되면서 실점했다는 반성 아래, 보선 참패로 코너에 몰린 여권이 국민적 호응도가 큰 이슈를 선점하면서 반전을 모색하는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재 여권이 취약점을 보이는 수도권 민심을 공략하는 동시에 여야 양쪽에서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에 구애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해 대선 직후 17%(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이던 부동층은 올해 7월 32%로 약 두 배가 됐다.
이 같은 정책 드라이브에 더해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파격적인 쇄신 행보를 보여주며 새로운 총선 판짜기를 시도하고 있다.
총선을 겨냥한 여권의 이슈 몰이에 더불어민주당에선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의대 정원 확대와 메가시티 구상에 이어 공매도 금지까지 인화성 높은 정책 이슈를 여권이 들고나오면서 5개월 남은 총선 정국의 주도권을 내어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정무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 때부터 이미 공매도 금지 관련 조짐이 있어서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우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단기적으로는 정부·여당에 정치적 이득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강서 보선 승리로 기치를 높였던 민주당이 다시 수세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야당인 민주당으로선 정책 카드가 제한적이라 이번에 나온 정책들에 '맞불'을 놓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덮어놓고 반대하면서 대여(對與) 투쟁 모드로 일관하자니 곤혹스럽다. 민주당도 공매도 금지와 의대 정원 확대를 주장한 바 있고, 서울 확장론과 결이 비슷한 '동남권 메가시티'를 내세운 전력이 있다.
민주당은 결국 여권의 정책 드라이브가 보선 패배로 급조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여권에 대한 수도권과 부동층의 반감 여론을 자극하는 전략으로 돌파를 시도할 전망이다.
여당 주도의 대형 이슈몰이가 총선 구도에 미칠 영향력을 놓고선 여야 의원들과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 견해가 분분하지만,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권 심판' 구도로 흐를 수 있는 집권 3년 차 총선의 구도를 여당이 지속성과 전염성이 큰 이슈로 흔들 수 있다"며 "민주당이 반대하기 어려운 이슈들만 영리하게 던진다"고 평가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들에게는 '보선에서 우리가 회초리로 때리니 그래도 바뀌는 척이라도 하는구나'라는 정치 효능감이 들 것"이라며 총선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기조,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근본적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정책 이슈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연합뉴스에 "김포 이슈 등은 일부 지역에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는 있어도 큰 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문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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