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길어지면 바이든에 재앙… 유가 뛰고 민주 지지층 이탈

권경성 2023. 11. 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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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1년 앞] ①‘리턴 매치’ 승자는
초박빙 트럼프 우세… 바이든, 외교도 밀려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미시간에 민주 사활
“러시아·이란 개입 전쟁, 1979년 카터 데자뷔”
조 바이든(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2020년 한 차례 맞붙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이자, 68년 만의 전·현직 대통령 간 격돌이 내년 11월 5일(현지시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아직 우열을 따지기 힘든 초접전 구도다. 그러나 시간은 트럼프 전 대통령 편일 수 있다. ‘두 개의 전쟁’이 어떻게 수습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이 길어질 경우, 바이든 대통령에게 재앙이 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45.4% vs 바이든 44.9%

민주·공화 양당 대선 후보가 누가 될지 드러나는 시기는 내년 3월이다. 주(州)별 경선이 반환점을 돈다. 하지만 두 당 모두 선두 주자가 막강하다. 민주당은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의 사실상 무혈입성이 예상되고, 공화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위권과 큰 격차로 독주하는 모습이다.

판세는 백중세다. 4일 미국 여론조사 종합 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최근 한 달간(10월 6일~11월 1일) 12개 조사 결과를 모아 산출한 평균 지지율을 보면, 45.4%를 기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9%인 바이든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섰다. 그러나 조사별 우열을 따지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인 조사는 4개뿐이다. 4개는 바이든 대통령 우위, 나머지 4개는 동률이었다.

2024년 미국 대선 주요 일정. 그래픽=신동준 기자

전국 단위 지지율보다 더 눈여겨봐야 하는 수치는 경합주 지지율이다.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270명을 누가 확보하느냐의 승부다. 선거인단 규모는 주마다 다른데, 득표한 만큼 나눠 갖지 않고 한 표라도 이긴 사람이 해당 주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지지 성향이 뚜렷한 주는 놔두고 특정 정당에 기울지 않은 경합주에 선거마다 양당 모두 공을 들인다.

이번 대선에서는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7곳이 경합주로 분류된다. 지난달 5~10일 블룸버그통신의 7개 경합주 유권자 대상 조사 결과는 네바다와 미시간(동률)을 뺀 5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리드였다. 경제 정책뿐 아니라 상원 외교위원장 출신 바이든 대통령의 전문 분야인 외교 정책에서도 전반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신뢰도가 높았다.

민주당이 사활을 거는 주는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북동부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 지대) 3곳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민주당 아성이던 3개 주는 대선과 함께 상원의원 선거까지 치르는 33개 주에 속한다. 2016년 대선에서 잠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빼앗겼다가 2020년 대선 때 바이든 대통령이 되찾은 3개 주를 수성하면 대선 승리는 물론, 상원 다수당을 지키기도 한층 수월해진다는 게 민주당 계산이다.


중도 제3후보, 누구를 패자로?

2024년 미국 대선 주별 선거인단 현황. 그래픽=송정근 기자

고령은 이미 드러난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이다. 1942년 11월생이어서 내년 대선 승리 땐 82세를 넘겨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법 리스크’가 골칫거리다. 본선 때 법원 판결이 불리한 쪽으로 나올 경우, 표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재판 일정이 레이스 주요 일정과 계속 맞물린다는 점도 부담이다.

유럽(우크라이나)과 중동에서 벌어지는 두 전쟁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특히 이스라엘의 대(對)하마스 전쟁은 지뢰”라는 게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분석이다. 전쟁이 장기화해 민간인 희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이미 이탈이 가시화한 민주당 지지층의 외면도 늘어날 게 뻔하다. 급기야 이란의 참전으로 확전까지 될 경우, 유가가 뛰고 미국 유권자도 악영향을 체감하게 돼 설상가상이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러시아와 이란이 개입된 전쟁이라는 점에서 1979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재선 실패 때와 상황이 흡사하다”고 보도했다.

박빙 구도인 만큼 제3후보도 변수다. 특히 중도 성향 정치 단체 ‘노 레이블스’가 후보를 낼지가 관심사다. 중도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에 불리하기 십상이라는 게 민주당 분석이다. 하지만 민주당을 나온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예상과 달리 공화당 표를 더 많이 흡수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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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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