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빚더미’ 공기업 14곳…절약은커녕 벌금으로 1167억 ‘낭비’

홍혜진 기자(honghong@mk.co.kr) 2023. 11. 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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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위험 公기관 14곳 5년반동안
열차 탈선·직원 사망 등 과실로
벌칙성 부과금 1167억원 지출
경북 경주에 있는 한수원 본사 전경. [사진 = 한수원]
빚이 많아 집중 관리대상에 오른 에너지공기업을 비롯해 재무위험기관 14곳이 지난 5년 반 동안 벌칙성 부과금으로 1167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 소홀이나 과실이 아니었다면 지출하지 않았어도 되는 금액을 천억원 이상 낭비한 셈이다. 가뜩이나 재무상태가 악화한 이들 공기업이 안이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 14개 재무위험기관 부채 총액은 2017년 310조원에서 지난해 448조원으로 44%(138조원)나 급증한 상태다. 게다가 재무위험기관들이 부채를 줄이겠다며 세운 재정건전화계획에는 실효성 없는 계획이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계획처럼 실현이 어려운 내용이 담겨 ‘계획을 위한 계획’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5일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무위험기관 14곳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과징금과 가산세, 과태료, 장애인고용부담금 등으로 지출한 금액은 1167억6924만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벌칙성 부과금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낸 곳은 한국수력원자력으로 523억원을 지출했다. 이어 한국전력 212억원, 가스공사 113억원, 철도공사 90억원, 토지주택공사 62억원, 동서발전 58억원, 중부발전 43억원, 지역난방공사 29억원, 남부발전 23억원 등 순이다. 유형별로는 과징금이 5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가산세가 491억원, 장애인고용부담금 101억원, 교통유발부담금 50억원, 과태료 18억원 순이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열차 탈선이나 직원 사망에 따른 과징금, 외환거래 신고 지연에 따른 과태료, 장애인 의무고용인원 대비 고용인원 부족처럼 사고나 업무상 과실이 지출 원인이있다.

최근 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하며 재무구조가 악화한 이들 재무위험기관은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세울 때 재정건전화 계획도 함께 수립한다. 그러나 실효성이 없는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철도공사는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공사는 용산역세권 개발을 통해 부채를 감축하는 내용이 담긴 2022~2026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했다. 그런데 철도공사는 실무협의만 진행되고 있을 뿐 절차가 착수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업계획서상 5년 이상 소요되는 인허가, 기반시설 조성과 토지매각이 2년 내 모두 시행되는 것으로 보고, 2023년에서 2024년 사이에 매각대금 6조3146억원이 모두 유입되는 가정하에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에 따르면 토지매각은 2025년 이후에 가능하다.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동서발전은 2021~2025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하면서 2025년까지 2020년 대비 인건비 3%, 보험료 등 기타비용 20%를 감액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인건비, 기타비용을 감축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산출근거 등을 마련하지 않고, 막연히 인건비 등이 줄어드는 것으로 낙관적으로 추정했다. 2021~2025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의 인건비 및 기타비용 전망과 2021년도 실제 발생한 비용을 비교하면 중장기 재무관리계획과 달리 2020년에 비해 인건비 및 기타비용이 오히려 증가했고 계획보다 비용을 941억원 더 지출했다.

또 공기업들이 공사 착공 후 설계 변경을 통해 공사대금을 증액하는 관행도 여전했다. 양 의원이 재무위험기관 10곳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공사 착공 후 설계를 수시로 변경, 공사대금을 증액해 지난 11년간 공사비를 10조원 이상 늘렸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설계 변경으로 인해 사업비가 5억원 이상 증액된 공사는 1448건으로 총 10조8812억원이 늘어났다. 착공에는 이사회 승인이 필요하지만 설계 변경에는 이사회 승인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설계 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늘리는 일이 자주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설계변경과 추가 지출은 공기업들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 의원은 “에너지 공기업 등 재무위험기관의 재정 건전성은 국민의 안전과 생활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며 재무위험기관에 대한 재정건전화 계획 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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