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성패, 데이터에 달렸다] 포용·형평·다양성 기반 남녀·인종별 데이터화
美포춘 선정기업 70%서 필수화
조직 구성원 성·인종 비율 개선
초기단계 韓, 젠더 이슈만 치중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최근까지 가장 대표적인 중요성을 가진 지표는 환경(E) 영역이었으나, 최근에는 사회(S)와 지배구조(G)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다만 탄소중립과 RE100(기업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 등 관련 논의가 꾸준히 늘어나는 환경 지표와 달리, 사회와 지배구조 영역에서의 ESG 경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여전히 논의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DEI로 불리는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은 이런 사회 영역에서의 ESG 경영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지표다.
다양성은 성별과 인종, 성적 지향과 같은 정체성과 특성적인 면에서 적용된다. 형평성은 '평등'과 차별되는 개념으로, 모든 사람의 출발선이 같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한다. 포용성은 개인의 고유한 강점과 정체성의 측면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활용해서 그들이 환영받고 가치 있으며 지지받는다고 느끼도록 조치를 취하는 환경이다.
DEI는 코로나19가 막 시작됐던 지난 2020년 미국에서 일어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함께 글로벌 기업들의 필수적인 목표 중 하나가 됐다. 미국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80%가 DEI를 주요 가치로 내걸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DEI의 역할과 기능에 집중해 ESG 보고서와 별개로 이에 집중한 연례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인텔의 경우 DEI 기업문화 성장을 목표로 그룹 내 여성 및 소수자 임직원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DEI 연간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오는 2030년까지 기술분야 여성직원 비율 40%와 장애인 직원 비율 1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고위직 여성과 소수인종의 수를 늘리고 성별 및 인종 격차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넷플릭스도 지난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포용성 보고서를 발간하며 조직 구성원의 성별과 인종별 비율을 공개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 전체 직급에서 여성의 정체성을 가진 직원의 비율은 49.6%로 전년 51.7%보다 소폭 하락했다. 반면 디렉터 이상 직급에서의 여성 정체성 직원의 비율은 51.2%에서 51.4%로 소폭 증가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직원들이 성 정체성 및 인종에 대한 여러 자아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도록 데이터 수집 방법을 개선하고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성 정체성 항목에는 여성과 남성 외에도 '기타 성별'을 집계하는 항목이 존재한다. 전체 넷플릭스 구성원 중에 1%가 넘는 비중이 이 항목을 골랐다. 이외에도 구글과 IBM 등 글로벌 유수 기업들은 매년 DEI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며 사내 문화를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DEI에 대해 속도 조절이 이뤄지고 있는 사례도 있다. 기업들이 지난 2020년 이후 급격하게 신설하고 투자를 이어갔던 다양성 영역에서의 중요성이 어느 순간부터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채용 플랫폼 링크드인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의 DEI 관련 임원의 채용 비중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169% 증가했으나, 2021년과 2022년만을 두고 비교해보면 4.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들이 DEI를 보다 필수적인 항목으로 여기도록 하기 위한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나스닥은 지난 2020년 여성 정체성을 가진 이사 1명과 인종·장애·성소수자 등 소수자를 대표하는 이사 1명을 선임하지 않으면 나스닥에서 퇴출하는 규칙을 마련했다. 미국 공화당 기반의 일부 정치인들과 일부 투자자들은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세우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달 미국 항소법원은 이 소송을 기각하며 나스닥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국내는 다양성의 영역에서도 대부분 젠더 이슈에 치중해 DEI 논의의 초기 중에서도 초기 단계에 머물리 있다. 많은 기업들이 ESG 보고서를 발간하고는 있으나 이 중에서도 여성 관리자·임직원 비율 등에 대해서만 언급할 뿐 그 외 섹터에 대해서는 고려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그나마 언급이 나오는 여성 분야 역시 몇 년째 논의가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다.
올해 초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1분기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여성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기업의 여성 임원 비중은 6.8% 수준이었지만, 이는 대부분 사외이사나 미등기 임원의 증가였을 뿐 사내이사는 2.3% 수준에 그쳤다. 여성 사내이사들의 절반 이상도 오너 일가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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