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성패, 데이터에 달렸다] 보여주기식 보고서 남발… 데이터 인과관계 분석이 ESG경영 본질
1년간 발간기업 40곳 늘었지만
MRV 불가능해 추가면담 필수
10년 이상 장기 데이터들 제시
시점별 달성도·대책 설명해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모범사례
성별 임금 격차 등 세세히 밝혀
"한국 대표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를 보면 환경 관련 행사 홍보만 하고 있어요. 사회적 가치 부문에서는 기업이 명확하게 어떤 걸 해야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죠. 지배구조의 경우 정부가 받쳐줘야 될 부분이 많아 기업 의지로 할 수 있는 영역조차 신경을 많이 안 쓰고 있어요."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는 2026년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제대로된 보고서를 내놓는 곳은 드물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업보고서와 달리 ESG 보고서는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해 그들이 요구하는 패턴으로 작성하는 게 형식화됐다"고 지적했다.
ESG는 기업에 대한 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핵심요소다. 최근 ESG경영이 기업 경쟁력의 척도로도 인식됨에 따라 대기업과 공공기관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ESG 보고서로 대표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2000년대 초반부터 발간하기 시작했다. 삼성SDI가 2003년 최초로 발간했고,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뒤이어 시도했다.
ESG행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시총 200대 기업 가운데 지난 7월 기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총 151곳으로 75.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11곳)보다 40곳 증가한 수준이다. 공시율도 20%포인트 늘었다.
한국거래소 통계 포털을 보면 코스피 상장사 중 보고서를 발행한 기업은 2020년 38곳, 2021년 78곳, 지난해 131곳에서 올해 7월 말 현재 138곳으로 2년새 급증했다. 최근 국제회계기준(IFRS)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유럽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후공시 의무화 등 세계적으로 ESG 정보공시 규제에 대한 도입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법인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의무를 부과하기로 했으나,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도입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공시 기준과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다는 경제계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ESG 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과 기준 등을 담은 로드맵 발표도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미뤄졌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기업이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다양한 ESG 데이터와 정보를 양적·질적으로 축적하고, ESG 정보공시 기능을 내재화해 ESG 경영활동에 대해 자기규율적인 최종 결과물이 돼야 한다.
보고서를 발간하는 대부분 기업들은 구조화된 ESG 경영체계·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지만, 아직 경영 산출적 차원의 사회적 책임성과 홍보성에 머물러 다양한 투입자본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측정과 설명은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경식 대표도 보고서의 MRV(측정·보고·검증)가 불가능해 이해관계자들이 별도로 다양한 부속 자료를 요구하거나 면담을 통해서 평가를 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선 최소한 10년 이상의 장기 시계열 트렌드를 보여줘야 하는데 대부분 외부 평가기관이 요구하는 3~4년치 데이터만 나열했다"며 "향후 일정 시점별로 회사의 목표치를 제시하고 현재 달성도, 차이 원인, 대책을 설명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에 가장 근접하게 보고서를 작성한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꼽았다. 비교적 자료를 상세하게 다룬 삼성전자는 성별 임금 격차의 경우 10년치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다. 임금 격차가 2013년 34.8%에서 2022년 23.1%로 좁아졌지만 앞으로 고위직급 여성 비율을 높여서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SK하이닉스는 주요 항목별로 2030년 목표를 설정하고 현재 진도율과 차년도 목표를 밝히고 있다.
반면 LG화학의 보고서에서는 허점들이 나타났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포용하는 문화를 중시한다고 했지만 장애인 고용률은 밝히지 않았고, 별도 계산 결과 1.7%에 불과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또 질소산화물 발생량이 2020년 867톤에서 2021년 4134톤으로 377%나 증가했는데 관련 설명은 없었다.
김 대표는 "보고서 발간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며 "데이터 간의 인과관계를 보여줘 그 차이를 줄이는 것이 ESG경영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앞장서서 평가기관을 설득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들과 상생하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정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9.11·체르노빌 내다본 `예언가`의 `푸틴` 내년 운명 예측은?
- 20대 편의점 알바女 무자비하게 맞았다…이유는 "머리가 짧아서"
- 일본 날씨도 `미쳤다`…도쿄 `11월의 여름날`, 전날 26.3도까지 올라
- "인요한에 `당신민족 언어` 쓴 이준석, 혐오발언 유엔 제소감" 3지대 신당서도 비판
- 병원치료중 도주 피의자에 현상금 500만원
- 韓 "여야의정 제안 뒤집고 가상자산 뜬금 과세… 민주당 관성적 반대냐"
- 내년 세계성장률 3.2→3.0%… `트럼피즘` 美 0.4%p 상승
- `범현대 3세` 정기선 수석부회장, HD현대 방향성 주도한다
- 내년 6월부터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기간 3년 단축"
- [트럼프 2기 시동]트럼프 파격 인사… 뉴스앵커 국방장관, 머스크 정부효율위 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