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만 먹고 버틴다”… 하위 20% 가계 월 35만원 적자 허덕 [생계위기 내몰린 저소득층]
필수 생계비 月 3만9000원 늘 때
가처분소득 1만8000원 증가 그쳐
가계 적자규모 1년 새 6만원 늘어나
지난 10월 물가상승률 3.8% 우유값 폭등
일용직근로자 취업 6개월 연속 감소
정부 “라면 등 7개 품목 물가 전담 관리”
2024년 생계급여 인상·지원 강화 방침에도
“복지 사각 많아 생계난 가중 우려” 지적
#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점포를 돌며 6년째 박스를 주워 팔고 있는 50대 A씨는 최근 제대로 된 식사를 못했다. 1kg에 80원가량 하던 폐지 가격이 절반 이하인 30원까지 곤두박질쳐 발품을 팔아 100kg를 모아봐야 푼돈만 쥘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폐지가 가득 실린 리어카를 가리키며 “이거 다 팔아봐야 3000원 나올까말까 한다”면서 “예전보다 더 열심히 일하지만 식재료가 너무 비싸져서 요새는 매일 라면밖에 못 먹는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여부에 대해 묻자 A씨는 “그런 거 잘 모른다”면서 “그냥 폐지 팔아서 버는 돈으로 먹고 산다”고 말했다.
2분위(소득 하위 20~40%) 역시 올해 2분기 월평균 필수생계비가 3만5000원 가량 늘어난 가운데 처분가능소득은 약 4만원 줄어들면서 가계부의 흑자액은 6만원 넘게 줄었다. 정부는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회복세가 강해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아래층까지 온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데다 물가 불확실성마저 커지고 있어 향후 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필수생계비 증가에 짓눌린 저소득층
필수생계비가 증가하더라도 처분가능소득이 더 많이 늘어나면 가계 살림에는 문제가 없다. 처분가능소득이란 소득에서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해 실제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하지만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최근 1년(2022년 3분기~올해 2분기) 월평균 91만5136원으로 2021년 3분기~2022년 2분기(89만6658원) 대비 1만8478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쓸 수 있는 소득보다 어쩔 수 없이 지출해야 하는 성격의 필수생계비의 증가분이 2배 이상 컸던 셈이다.
2분위 사정도 좋지 않다. 올해 2분기 2분위의 월평균 필수생계비는 104만137원으로 전년 동분기보다 3만4868원 증가했다. 반면 처분가능소득은 같은 기간 225만922원에서 221만1359원으로 3만9563원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보다 필수생계비가 더 크게 증가하면서 저소득층 가계 사정도 눈에 띄게 악화하고 있다. 가계수지 추이를 보면 최근 1년(2022년 3분기~올해 2분기) 1분위의 흑자액은 월평균 -35만8847원을 기록했다. 흑자액은 처분가능소득에서 필수생계비를 포함한 각종 소비지출을 제외한 개념이다. 이는 직전 1년(2021년 3분기~2022년 2분기) 평균 흑자액인 -29만1897원보다 6만6950원 악화한 것이다.
1분위의 흑자액은 지난해 3분기 -34만3443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7만5677원 줄었고, 지난해 4분기에는 -34만9968원으로 전년보다 4만4991원 줄었다. 그러다 올해 1분기 흑자액이 -46만652원까지 악화돼 14만7623원 급감한 뒤 올해 2분기에는 -28만1327원으로 지난해 동분기보다 489원 개선되는 데 그쳤다. 2분위 역시 올해 2분기 흑자액이 42만2257원에 그쳐 전년 동분기 대비 6만3572원 감소했다.
아울러 정부가 연말로 갈수록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온기가 저소득층까지 전달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실제 저소득층에서 비중이 높은 일용직 근로자와 임시 근로자의 취업자 수는 각각 6개월, 16개월 연속 줄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잡힐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가계의 실질소득은 늘어나지 않고 소비 여력도 없기 때문에 1, 2분위의 삶이 상당히 팍팍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생계급여 등이 인상됐지만 (복지) 사각지대가 굉장히 많고, 그 부분과 관련된 예산이 많이 깎인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필수생계비가 증가한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그간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분출하는 ‘펜트업’ 효과도 있었다”면서 “내년 생계급여가 13.2%로 대폭 인상되는 데다 올해 취약계층 대상 에너지 바우처 지급, 난방비 지원 등 서민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을 시행하고 있어 저소득층 생계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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