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문 열어야만 보이는 '열악한 삶'…위기가구 발굴 '위기'
정부 지원 대상인데도 도움을 받지 못 하고 숨진 뒤에야 발견되는 '위기 가구' 문제… 직접 찾아가 문을 열어야만 알 수 있는 '열악한 삶'도 많은데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합니다.
이예원 기자가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기자]
지난 4월 전남 목포에선 쓰레기로 가득찬 집에서 30대 남성이 발견됐습니다.
조현병과 우울증으로, 생업도 포기하고 고립된 상태였습니다.
[백예슬/전남 목포시 상동 맞춤형복지팀 주무관 : 화장실이나 베란다까지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 벽과 천장에는 바퀴벌레와 거미줄로 가득했었어요.]
행정 시스템으로는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단전과 단수 등 정부가 위기가구를 찾을 때 쓰는 '위기정보'로는 걸러지지 않은 겁니다.
[백예슬/전남 목포시 상동 맞춤형복지팀 주무관 : 매일 현장에 나가 (알게 됐고) 동사무소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설득했습니다.]
위기정보 종류는 갈수록 늘지만 직접 문을 열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각지대는 여전합니다.
이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민간 인력까지 동원해 닫힌 문을 한 곳씩 두드리고 있습니다.
[안광륜/전 마을 이장 (전남 진도군 지산면) : 계세요? 복지기동대장입니다.]
이렇게 찾아낸 위기가구들에는 생활비 지원과 함께, 장애인용 화장실 같은 시설을 마련해주기도 합니다.
[김정화/전남 진도군 지산면 : 담당자분이 많이 안타까워하시고 힘써주셔서. 그게(화장실이) 너무 소원이었는데.]
혹여 놓칠 수 있는 이들을 위해 전라남도는 아예 전용 콜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시간이 자정을 넘기면서 근무를 마친 상담사가 다음 상담사와 근무를 교대하고 있습니다.
전화는 24시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 콜센터의 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권미현/전라남도 위기가구 지원콜센터 상담사 : 우시는 분도 있고 '죽어야 끝나나? 누구한테 의지를 하지?' '정말 도와줄 수 있어요?'라고도…]
문제는 인력입니다.
3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난 위기가구 증가 속도를 복지 담당 공무원 수가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김세희/전남 목포시 하당동 맞춤형복지팀장 : 저희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지만, 인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담 인력 확충이 필요합니다.]
1년 전 정부는 위기가구를 적극 발굴하겠다며 종합 계획을 내놨지만, 인력 수급 대책은 부족했습니다.
복지부는 민간과 연계하는 방안 등을 확충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영상디자인 황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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