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지지표 흡수땐 부산서 엑스포…"각국 대표 설득" 특명

도병욱 2023. 11. 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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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엑스포 개최지 결정
박진·최태원·장성민 등 파리行
韓 외교전에 부산 치고 올라와
사우디 유리했던 판세 달라져
1차에서 떨어진 나라 찍은 표
결선 때 어디로 가는지가 관건
< 에펠탑 앞에서 유치활동 > 박진 외교부 장관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을 위해 지난 2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를 찾았다. 박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3일 파리 에펠탑 앞 공원에서 부산세계박람회 마스코트인 ‘부기(BOOGI·부산갈매기)’ 인형을 들고 파리 시민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2030 세계박람회 개최 도시를 결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약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관련 국가들이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한국도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3일부터 프랑스 파리를 방문하고 있으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재계 주요 인사도 조만간 파리로 향할 예정이다. BIE 총회에서 실제로 ‘한 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각국 주(駐)프랑스 대사를 만나 부산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대사들의 개인적 선호, 투표 직전 이뤄지는 5차 프레젠테이션 등이 2030 엑스포 유치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투표, 어떻게 이뤄지나

2030 세계박람회 개최 도시는 오는 28일 열리는 BIE 총회에서 결정된다. 182개 BIE 회원국은 인구, 면적, 국력 등과 관계없이 한 표씩의 투표권을 갖고 있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을 득표하는 도시가 없으면 최소 득표 도시를 하나씩 지워가는 방식으로 2차, 3차 투표가 이뤄진다. 2개 후보가 남으면 최다 득표 도시가 개최지로 결정된다. 2030 세계박람회는 한국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 3개 도시가 후보로 나선 만큼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한 도시가 없으면 2차 투표에서 최종 승패가 결정된다.

투표는 투표일 2주 전 각국이 BIE에 통보한 대표가 한다. 대부분 주프랑스 대사나 대사관 소속 참사관 등이 맡는다. 투표를 위한 대표를 본국에서 따로 파견할 때도 있다. 이때는 보통 외교와 통상 관련 부처의 국장이나 과장급 공무원이 대표로 나선다.

각국은 투표 전 자국 대표에게 어느 도시에 투표할지 지침을 내린다. 하지만 철저히 비밀투표로 이뤄진다는 점이 변수다. 특정 국가가 어느 도시에 투표했는지는 물론 해당 국가 대표가 자국 정부의 지침대로 투표했는지도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BIE 대표가 자국 정부의 지침과 다르게 투표하는 사례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대 투표에서는 일반적으로 10% 이상의 BIE 대표가 1차 투표와 2차 투표의 지지 도시를 뒤바꾼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관계자는 “1차 투표는 본국 지침대로 하고, 2차 투표는 BIE 대표가 개인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1차 투표에서 탈락한 도시를 선택한 BIE 대표는 재량권이 더욱 커진다. BIE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은 각국의 주프랑스 대사를 한국이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이유다.

 막판 뒤집기 가능할까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 개최권을 따낼 가능성은 1년 전만 해도 0%에 가까웠다. 사우디가 엑스포 유치를 위한 준비를 한국보다 1년 정도 먼저 시작한 데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무기로 상당수 회원국의 지지를 얻어냈다는 설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올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등을 필두로 최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수시로 세계 각국을 다니며 부산 엑스포를 홍보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유엔총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이 닷새 동안 30분~1시간 간격으로 47개국 정상을 만나는 일정을 소화한 게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재계의 주요 인사가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움직인 거리만 해도 1640만㎞로 지구 400바퀴가 넘는다.

정부 관계자들은 “적어도 49 대 51까지는 따라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최신 판세를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있지만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다. 어느 나라가 부산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승패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차 투표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리야드나 부산 모두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로마는 3위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성호 주이탈리아 대사는 지난달 18일 국정감사에서 “이탈리아 정부가 공개적인 예측은 안 하고 있지만,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면 로마가 3위로 밀려났다는 게 내부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차 투표 때 로마를 지지할 유럽 국가들의 표를 어떻게 가져오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투표 당일에 하는 5차 프레젠테이션의 중요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한국과 사우디, 이탈리아 정부는 모두 5차 프레젠테이션 방식을 극비에 부치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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