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고발땐 총수 포함' 野도 반대

박한신 2023. 11. 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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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상 사익 편취(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법인을 검찰에 고발할 때 원칙적으로 관련 총수 일가까지 고발하도록 고발 지침을 개정하기로 한 것에 대해 경제 6단체에 이어 더불어민주당까지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5일 파악됐다.

민주당은 고발 지침 개정이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을 약화하고 검찰권을 강화할 것이란 이유로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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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고발지침 강화 논란
"총수가 얼마나 관여했는지
자체 조사로는 입증 어려워
개입 사실만 확인 땐 檢 고발"
경제6단체 이어 민주당도 비판
"이럴거면 공정위 고발권 왜있나"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상 사익 편취(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법인을 검찰에 고발할 때 원칙적으로 관련 총수 일가까지 고발하도록 고발 지침을 개정하기로 한 것에 대해 경제 6단체에 이어 더불어민주당까지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5일 파악됐다. 민주당은 고발 지침 개정이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을 약화하고 검찰권을 강화할 것이란 이유로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최근 공정위의 고발지침 개정안을 검토한 뒤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현재 사익편취 관련 검찰 고발 기준은 ‘공정거래법 47조 4항(사익편취 관여 금지) 위반 정도가 중대한 특수관계인(총수 일가)’이다. 공정위는 이를 ‘47조 4항을 위반한 특수관계인’으로 수정하겠다고 행정예고한 뒤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의견수렴 기한은 오는 8일까지다.

현재는 총수 일가의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밝혀진 경우에만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법 위반 정도에 관한 조사 없이도 공정위가 얼마든지 총수 일가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임의조사 형식인 공정위 조사로는 특수관계인의 관여 정도를 명확히 입증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며 “공정위 조사로 관여 여부만 판단되면 검찰의 강제수사를 통해 관여 정도를 밝혀야 한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정위의 고발 지침 개정안이 ‘검찰권을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가 자체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고 검찰 수사권에 의존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내에선 공정위의 고발 지침 개정안을 두고 “이럴 거면 전속고발권을 왜 유지해야 하느냐”는 인식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사건에 대해 공정위가 고발할 경우에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고발 지침이 공정위 행정예고대로 개정되면 전속고발권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계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 6단체는 지난달 31일 공동 의견서를 통해 공정위의 고발지침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여론재판’이 우려된다는 게 경제계 입장이다. 고발지침 개정안에 ‘사회적 파급효과가 현저한 경우’ ‘중소기업에 현저한 피해를 미친 경우’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 등이 포함되면서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총수 일가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개정안은 총수 일가를 고발하지 않을 수 있는 권한도 공정위에 보다 명확히 부여한다. ‘(고발 규정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공정위는 위반 행위의 자진시정 여부, 과거 법 위반 전력 유무, 조사·심의 협조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새로 포함됐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협소하던 예외 조항을 넓혀 공정위 스스로 고발 재량권을 폭넓게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위로선 이 조항을 이용해 조사 과정에서 기업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사익편취 관련 분쟁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하지 않았을 때 가격(정상가격)을 입증하지 못해 패소하는 경우가 많은 공정위가 조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발 지침을 개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공정위는 6일 경제단체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합리적 의견은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합리적인 지적 범위 안에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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