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중동 전체 확전 우려… 평화적 해결책 보이지 않아” [이·하마스 전쟁 한달]

서필웅 2023. 11. 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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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전문가 분석
“이, 남부로 지상전 확대 시도 땐
전쟁 한두 달 더 연장될 수도
국제 反이스라엘 목소리 불구
네타냐후 정치생명 걸린 상황
쉽게 휴전에 나서기도 어려워
美 미온적 태도도 장기전 한몫
이·팔 새 리더 있어야 협상 가능
그럴 가능성은 극도로 비관적”

개전 한 달을 맞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개전 직후부터 하마스의 배후로 이란이 꾸준히 거론되고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등도 간헐적인 공격과 강경발언을 이어가 전쟁이 자칫 중동 전체로 확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전쟁’으로의 확전은 개전 한 달째까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긴장감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이·하마스 전쟁이 가자지구 쟁탈전을 중심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상당해서다.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사진에서 가자지구 내의 지상 작전 모습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당초 이스라엘은 지난달 7일 하마스에게 기습을 받은 직후부터 가자지구에 지상병력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지속적으로 천명해왔으나 정작 작전 개시는 개전 이후 3주가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지상전이 개시되면 이스라엘군 피해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탓이다.

자국군 피해를 줄이고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기 위해 미사일 공격 등으로 하마스의 기초체력을 약화시킨 뒤 지상작전에 나섰지만 예상대로 이스라엘군은 지상전에서 이렇다 할 전과를 올리고 있지 못하는 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상황이 이어져 가자지구에서의 국지전이 결과적으로 장기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카네기중동센터의 선임연구원 예지드 사이그는 4일(현지시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북부를 중심으로만 전투가 계속되더라도 전쟁은 몇주 이상 더 지속될 것이 확실하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로 지상전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한두 달 더 연장될 수 있다”면서 “가자지구는 길이 45㎞, 폭 9~15㎞(한국의 세종시 규모)로 매우 작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좁은 공간에 빽빽이 들어선 건물과 거주지, 그 밑에 거미줄같이 뻗은 지하 터널 등으로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게릴라전에 맞서 효율적인 전투를 진행할 환경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유럽과 아랍권을 중심으로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인도주의적 위기 속 전면전을 고수하는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이들 정부의 목소리에도 가미되기 시작했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미국에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스라엘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심지어 미국 내 유대인들조차도 휴전지지 목소리가 나온다”면서 “사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해 언제나 강경한 정책을 펼쳐왔는데 이번 전쟁에서 이런 태도가 국제적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팔레스타인 문제에 있어서 언제나 도덕적 우위를 강조하던 이스라엘로서는 악화하는 국제 여론은 부담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스라엘로선 선뜻 휴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하마스 기습을 당해 사실상)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 생명이 끝난 상황에서 휴전이 이루어지면 총리직에서 내려와야만 한다”면서 이런 일련의 내부 정치적 상황이 전쟁 장기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정치 영향 탓에 이스라엘이 전쟁 결판을 내지 못한 중에 주변 아랍국가를 자극하며 언제든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전될 여지도 충분하다. 문제는 전쟁 장기화를 막고 이 지역 국제질서를 정리할 수 있는 힘을 갖춘 유일한 국가인 미국이 휴전이나 전쟁 종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바스 PA 수반과 악수하는 블링컨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의 중심도시인 라말라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라말라=AFP연합뉴스
사이그 선임연구원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개전 이후 이스라엘에 무조건적인 외교 및 군사적 지원을 제공했으며 처음에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생명을 완전히 무시하는 극단적인 형태까지 취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 인사들의 성명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더 광범위한 갈등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음을 보여주지만 안타깝게도 평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현재의 전투는 앞으로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끝날 수 있지만 그동안 이스라엘 정부의 극우파는 점령 중인 다른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식민지화를 확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마리나 오타와이 미 워싱턴 우드로윌슨센터 중동연구원도 “하마스가 패배하더라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보지 못한다면 새로운 세력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 그는 1947년 유엔이 처음 요구했던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위한 협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협상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 새로운 리더십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이에 대해서 극도로 비관적”이라고 밝혔다.

서필웅·윤솔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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