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기간 공매도 한시적 금지…“표심 겨냥 포퓰리즘, 주가조작 쉬워질 수도” 비판도

박채영 기자 2023. 11. 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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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5일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데 대해 총선을 앞둔 압박에 금융당국의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은 수차례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 제도가 어느정도 보완됐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특히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에 공들였던 만큼 공매도 전면 금지에는 소극적이었다.

금융당국의 일요일 저녁 깜짝 발표를 접한 금융투자업계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공매도 전면 금지로 주가조작이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정치논리에 금융정책이 휘둘리는 정책리스크에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지금 공매도 금지?…총선 겨냥 포퓰리즘
송언석 국민의힘 간사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동혁 의원에게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뉴시스 제공

정부의 ‘한시적 공매도 금지’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주식 시장의 상황과 관계 없이 내년 4월 총선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공매도 금지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인 장동혁 의원에게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동안 일부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며 공매도 금지를 정치권과 정부에 요구해왔다. 특히 최근 2차전지주 급락과 HSBC와 BNP파리바의 무차입 공매도 적발로 이같은 목소리는 더 커졌다.

금융당국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공매도 전면금지설이 퍼지자 지난 3일 “공매도 전면 금지 추진은 확정된 바 없다”는 내용의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이날 오전까지도 기존입장을 유지하다가 오후 5시30분 공매도 전면금지를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주요 정책을 일요일 저녁 무렵에 발표하는 것은 금융위기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정치권의 압박이 있었음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으로 금융정책을 ‘경제’가 아닌 ‘정치’로 접근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시장에 큰 충격이 있을 때 시장 안정을 위해 공매도를 금지할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며 “공매도는 이미 정치적 이슈로 소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금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 주가가 급락했을 때 단행됐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드의 반대에도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2021년 5월부터는 코스피200과 코스피150 지수 구성 종목의 공매도를 재개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한시적 금지가 제도 개선 기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에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무차입 공매도가 문제라면 그에 대한 처벌을 세게 하면 되지만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된 2개 투자은행에 대해서도) 어떻게 처벌하겠다는 이야기는 오히려 안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조작 쉬운 환경 만들어주는 것…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
영풍제지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 시세 조종 혐의를 받는 윤모씨와 이모씨가 지난달 2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에서는 공매도 전면 금지로 국내 증시가 ‘작전세력의 놀이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는 주로 주가가 급등한 종목에 몰리기 때문에 시장에서 주가 이상과열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면 금융당국 이외는 주가 이상급등을 견제하기 어려워 진다.

현재 검찰이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영풍제지는 공매도가 불가능한 종목이었다. 지난 4월 발생한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당시에도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 중 코스피 5개 종목(대성홀딩스, 세방, 삼천리, 서울도시가스, 다올투자증권)이 공매도가 금지된 종목이었다. 나머지 코스닥 3개 종목(다우데이타, 하림지주, 선광)도 공매도 비중이 평균 5%에 그쳤다. 공매도의 제지를 받지 않는 종목에서 주가조작이 집중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공매도는 적절한 가격 발견 기능과 시장 변동성을 낮추는 기능이 있다”며 “영풍제지도 만약 공매도가 가능했다면 주가가 너무 올랐다 싶을 때 벌써 공매도가 들어가서 일이 커지기 전에 주가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매도 한시적 금지로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 증시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이렇게 되면 MSCI 편입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이유 중 하나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명확한 데이터는 제시하지 못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실제 데이터를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어쨌든 양이 굉장히 많은 불법 공매도가 없었을 때보다는 가격 변동이 있으리라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증시 신뢰 훼손 우려에 대해서는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관행적인 불법행위를 그대로 놔두고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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