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적인 '역대 4번째' 공매도 금지 단행한 배경은?

서진욱 기자, 박상곤 기자, 정혜윤 기자 2023. 11. 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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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전면 금지]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7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여당(당정)의 전격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 결정에는 최근 폭락장의 원인으로 공매도를 꼽았던 개인투자자들의 여론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여당의 '메가 서울' 추진 선언에 이은 민심 반영 행보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책 이슈를 선점하려는 의도도 깔렸다. 다만 금융당국이 여러 차례 공매도 완전 재개가 글로벌 규제 정합성이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점을 고려하면 정책 일관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법안 심사에 앞선 공매도 전면 금지… '이슈 선점' 의도 반영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지난달 30일 경기 김포시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가진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5일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 결정은 지난 3일 여당을 통해 공매도 전면 금지 추진 보도가 나온 지 2일 만에 나왔다. 당초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면 금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점을 고려하면 여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고위당정에서 정부에 그간 공매도와 관련해 지적됐던 여러 제도적 문제점들을 개선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며 "정부에 저희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 줄 것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메가 서울 정책으로 수도권 정책 주도에 성공한 국민의힘이 공매도 전면 금지로 또 다른 이슈 선점에 나선 것이다. 공매도 제도 개선과 일시 중단은 여야 모두 주장해온 내용이다. 이번 결정으로 국민의힘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보다 공매도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오는 21일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으로 있는 정무위원회가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심사하기에 앞선 조치이기도 하다. 당정의 선제적 조치로 법안 심사에 주목했던 여론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법안 심사 전까지 구체적인 개선책 도출이 어려웠던 금융당국 입장에선 실효성 있는 개선책 마련이 가능한 시간을 벌게 됐다.

민주당에서는 복잡한 속내가 감지된다. 여당이 꺼낸 이슈에 호응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반대하면 표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여당에 주도권을 뺏긴 채 끌려다니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완전재개=정상화' 입장 깨졌다… 정책 일관성 '훼손'
다만 자본시장 정책 일관성이 훼손된 측면도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공매도 완전 재개가 제도 정상화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코스피200·코스닥150 편입종목의 공매도만 허용한 현행 방식을 존속하기 어려운 비정상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올해 3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공매도를 정상화시키는 건 맞다"면서 재개 시점을 특정하진 않았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역시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 관련 질문에 "전면 재개와 관련해선 중장기적으로 그런 방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금융위는 3일 당정의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해도 "확정된 바 없으므로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보도 설명의 형식을 취했으나 사실상 해당 보도를 부인하는 취지다. 이 때까지만 해도 공매도 전면 금지는 금융위 내부에서 주요하게 검토되던 사안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위는 불과 2일 만에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했다. 공매도 규탄 여론을 등에 업은 여당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공매도 규제 시계추가 2020년 3월로 되돌아가면서 금융당국의 공매도 정상화 일정은 한참 더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공매도 완전 재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선결 과제로 꼽힌 만큼 이 역시 당분간 실현될 수 없게 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공매도 규제를 갖고 있는데 뭘 더 건드리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경제 이슈를 정치 이슈로 변질시켜 끌고 가는데, 시장 왜곡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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