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빠진 빚더미 공기업 …'안 내도 될 과태료' 1천억 줄줄

홍혜진 기자(honghong@mk.co.kr) 2023. 11. 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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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방만 경영' 여전
재무위험 14개사 5년반 동안
외환거래 신고지연 등 과실
불필요한 지출 장기간 방치
중장기 재무계획도 장밋빛
인건비 줄인다며 오히려 늘고
설계변경 통한 증액관행 여전

빚이 많아 집중 관리 대상에 오른 에너지공기업을 비롯해 재무위험기관 14곳이 지난 5년 반 동안 벌칙성 부과금으로 1167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 소홀이나 과실이 아니었다면 지출하지 않았어도 되는 돈을 1000억원 이상 낭비한 셈이다. 가뜩이나 재무 상태가 악화한 이들 공기업이 안이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4개 재무위험기관의 부채 총액은 2017년 310조원에서 지난해 448조원으로 44%(138조원)나 급증했다. 게다가 재무위험기관들이 부채를 줄이겠다며 세운 재정 건전화 계획에는 실효성 없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계획 등 실현하기 어려운 내용이 담겨 '계획을 위한 계획'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무위험기관 14곳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과징금과 가산세, 과태료, 장애인고용부담금 등으로 지출한 금액은 1167억6924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벌칙성 부과금을 가장 많이 낸 곳은 한국수력원자력으로 523억원을 지출했다.

이어 한국전력 212억원, 한국가스공사 113억원, 한국철도공사 90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 62억원, 한국동서발전 58억원, 한국중부발전 43억원, 한국지역난방공사 29억원, 한국남부발전 23억원 등의 순이었다. 유형별로는 과징금이 5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가산세 491억원, 장애인고용부담금 101억원, 교통유발부담금 50억원, 과태료 18억원 순이었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열차 탈선이나 직원 사망에 따른 과징금, 외환거래 신고 지연에 따른 과태료와 같은 사고나 업무상 과실이 지출 원인이었다.

최근 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하며 재무 구조가 악화한 이들 재무위험기관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세울 때 재정 건전화 계획도 함께 수립한다. 그러나 실효성이 없는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철도공사는 사실상 이행이 불가능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공사는 용산역세권 개발을 통해 부채를 감축하는 내용이 담긴 2022~2026년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수립했다.

그런데 철도공사는 실무 협의만 진행되고 있을 뿐 절차에 착수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업계획서상 5년 이상 소요되는 인허가, 기반시설 조성과 토지 매각이 2년 내 모두 시행될 것으로 보고 2023~2024년 사이에 매각대금 6조3146억원이 모두 유입된다는 가정하에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수립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에 따르면 토지 매각은 2025년 이후에 가능하다.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동서발전은 2021~2025년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수립하면서 2025년까지 2020년 대비 인건비 3%, 보험료 등 기타비용 20%를 감액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인건비와 기타비용을 감축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산출 근거 등을 마련하지 않고 막연히 인건비 등이 줄어들 것으로 낙관적으로 추정했다. 2021~2025년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의 인건비·기타비용 전망과 2021년에 실제 발생한 비용을 비교하면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과 달리 2020년에 비해 인건비와 기타비용이 오히려 증가했고 계획보다 비용을 941억원 더 지출했다.

또 공기업들이 착공한 후 설계 변경을 통해 공사대금을 증액하는 관행도 여전했다. 양 의원이 재무위험기관 10곳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공사 착공 후 설계를 변경하며 공사대금을 증액해 지난 11년간 공사비를 10조원 이상 늘렸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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