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은 팍팍 소송은 막막…양육비 떼인 한부모 가정 '눈물'
양육비 못받는 비율 80% 달해
소송에 4~5년 걸려 일상 파괴
'소송기간 축소·감치명령 삭제'
지난 7월 개정안 발의 됐지만
관련 논의 국회서 지지부진
"통과 못 되면 어떡해" 발동동
아이 둘을 홀로 키우고 있는 김은진 씨(44)는 11년간 양육비를 한 푼도 주지 않은 전남편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걸었다. 양육비 이행명령에 불응한 A씨에게 두 차례 감치명령이 내려졌지만 A씨는 구치소에 들어가지 않았다. 당사자가 위장전입을 하고 도망 다니면 잡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6개월 안에 잡지 못하면 감치명령은 실효가 된다.
김씨의 양육비 소송은 어언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양육비 지급 이행명령부터 시작해 법적 제재, 감치 소송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 형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낮에는 소송 관련 일에 전념하느라 직장도 야간직 파트타임으로 옮겼다.
김씨는 "어렵사리 감치명령을 두 번이나 신청했지만 전남편이 두 번 다 도망을 다녀서 실효성이 없어졌다"면서 "실거주지라고 의심되는 곳에서도 감치 판결문을 들고 직접 경찰서에 가서 읍소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 배우자에게서 양육비를 못 받는 한부모 가정 비율이 80%에 달한다.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는 제도가 미비한 점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데 관련법 개정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지난 7월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양육비 이행 확보와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개정안의 골자는 그간 양육비 지급에 걸림돌이 돼왔던 감치명령을 삭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행명령부터 형사소송까지 평균 4~5년이 소요됐던 것을 1년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양육비를 홀로 감당하는 한부모의 시간적·비용적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미취학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 정미애 씨(가명·30)도 감치 소송에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정씨는 "법무법인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감치 판결이 난다고 해도 이행까지는 부지하세월이라고 해서 망설였다"며 "감치 판결 없이는 형사 고소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으로는 감치 판결 후 1년이 지나야 형사고소가 가능하다.
정씨의 전남편 또한 감치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초본에 등록된 주소지로 감치 집행장이 발송됐지만 남편이 살고 있지 않아 집행장이 반환됐다. 이후 실거주지로 집행장이 보내졌는데도 '여기 그런 사람 살지 않는다'며 또 반환됐다. 그런데도 들어가서 실거주 여부를 확인할 강제력이 없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감치 인용률은 63.2%에 그쳤다. 양육비 지급 이행명령 후 감치명령까지 평균 2년 이상 소요되는데 당사자가 이리저리 피해다니며 집행장 수령을 거부하면 유야무야되는 사례가 상당수다.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 대표는 "상대방이 위장전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소송이 늦어지고 감치 판결을 받기도 어려워진다"며 "양육자는 아이도 홀로 키워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해 총 4~5년이 걸리는 소송 과정을 견디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구 대표는 "소송기간을 단축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진행이 지지부진하다"며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안이 폐기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8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 이혼 후 수년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에 대한 첫 형사재판 선고기일이 예정돼 있다. 그동안 신상 공개와 출국 금지 등 제재 조치가 취해진 적은 있으나 형사 처분된 사례는 없었다. 2021년 7월 양육비 미지급 행위를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 선고하는 것으로 지급 이행을 강제하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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