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포일보다 얇은 동박, 70㎞까지 쭉쭉
첨단설비로 지난달 상업생산
2공장 완공땐 연산 5만7000t
한국 반값이하 전기료로 날개
중국 저가공세에도 자신감
100% 재생에너지 써 큰 호응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은 세계 어느 동박공장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지난 1일 방문한 말레이시아 사바주 코타키나발루에 있는 SK넥실리스 공장에서 신동환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법인장이 신공장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축구장 23개 크기에 달하는 16만2700㎡ 규모의 1공장에선 지름이 3m인 드럼(제박기) 60여 대가 물레방아처럼 천천히 돌고 있었다. 머리카락 30분의 1 두께, 쿠킹 포일 4분의 1 두께의 얇은 구리막을 한 번에 70㎞ 길이로 뽑아낼 수 있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SK넥실리스의 해외 첫 생산기지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SK넥실리스는 저원가를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동박공장 증설을 결정하고 최고 수준의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동박은 얇은 구리막으로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감싸는 집전체 역할을 한다. SKC의 동박 전문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지난달 23일 말레이시아 1공장에서 첫 출하와 함께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1공장과 쌍둥이 공장으로 운영될 2공장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내년 1분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이날 동박 생산 단계에 따라 설비를 둘러봤다. 성인 키의 1.5~2배에 달하는 티타늄 드럼이 구리 용해액 안에서 물레방아처럼 돌자 구릿빛으로 번쩍거리는 동박이 만들어졌다. 이 동박은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얇은 두께에도 주름 없이 빳빳하게 나오고 있었다. 동박은 만들어지자마자 수십 ㎞가 곧바로 롤 형태로 감기는 '롤 투 롤(Roll to Roll)' 방식으로 생산됐다.
한 롤당 7t에 달하는 동박은 이후 물류 자동화 설비로 옮겨져 보관되다가 슬리팅 공정실로 이동했다. 슬리팅 공정에선 동박을 자르는 동시에 외관에 결함이 없고 두께가 일정한지 등 검사를 실시한다. 직원들은 기계에 정보를 입력하며 분주하게 동박을 자르고 있었다. 모든 검사가 완료되면 포장된 동박을 고객사에 보낸다.
동박 업계에선 제품을 얇고 균일한 두께로 생산하는 것이 핵심 기술력으로 꼽힌다. 동박이 얇을수록 배터리에 다른 활물질을 더 넣을 수 있어 고용량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동박의 길이가 길고 폭이 넓을수록 동박 교체로 발생하는 가동 손실을 최소화해 배터리사의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지난해 글로벌 동박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 공장의 원가 경쟁력을 통해 1위를 지키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말레이시아 공장의 전력비는 한국의 절반 이하이며 다른 동남아 국가와 비교해도 70% 수준이다. 통상 동박 제조원가에서 전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달한다. 또 말레이시아의 인건비는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신 법인장은 "60여 개 동박 업체가 경쟁하는 시대여서 몸값을 낮추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중국 업체와 가격 면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초 1·2공장을 합쳐서 연산 5만t 규모로 공장을 설계했는데, 그동안 축적한 생산성 향상 기술을 적용해 5만7000t 규모로 생산 능력을 늘렸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춘 동박 단일 공장이다.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공장은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사전 확보와 전력 장기 계약 등을 통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어 배터리사에서 큰 호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SK넥실리스는 외국 기업 중 최장기간 법인세를 100% 면제받는 혜택을 확보했다.
[코타키나발루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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