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PO ‘리버스 스윕’···KT의 초절정 ‘회복 탄력성’ 또 빛났다
프로야구 KT가 올해 정규시즌에서 2위까지 오른 동력은, 투수력이나 타력 같은 특정 부문의 기술적 우위에서 나오지 않았다. KT는 지난 정규시즌 KBO리그 역사에 없던 ‘회복 탄력성’으로 주목받았다. 초여름까지 바닥에서 허덕였지만, 늦여름에는 천장 가까운 곳까지 이를 만큼 빠르게 일어섰다. 지난 6월2일 승패 마진 ‘-14’까지 밀리며 최하위로 처져있던 KT는 초가을 한때 선두 LG를 위협하기도 했다.
그 사이 ‘회복 탄력성’은, KT 대부분 구성원에게 팀 문화이자 자산으로 내재한 것으로 보인다. KT가 가을야구에서도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살아나는 드라마를 썼다.
KT는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경기 초반 0-2 열세를 3-2로 뒤집고 5전3선승제 시리즈를 3승2패로 마무리지었다. 2패 뒤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KT는 7일부터 정규시즌 우승팀 LG와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를 시작한다.
가을야구 전승 파죽지세의 NC를 플레이오프 상대로 만나 1, 2차전 모두 내줬을 때만 해도 KT의 ‘가을 행진’은 조기에 마감되는 듯 보였다. 특히 지난달 31일 수원 2차전에서는 2-3이던 9회말 무사 1·3루를 만들고도 상대 유격수 호수비에 막혀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며 심리적 타격까지 입은 뒤였다.
그러나 KT는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서서히 올라오던 타선의 힘으로 창원 3, 4차전을 연이어 잡아내더니 이날 5차전도 역전승으로 완성했다. KT는 KBO리그 플레이오프 역사에서 3번째 ‘리버스 스윕’ 이력도 남겼다. 지난해까지 한 팀이 1, 2차전을 모두 가져간 17차례 플레이오프에서 ‘리버스 스윕’에 성공한 팀은 1996년의 현대와 2009년의 SK뿐이었다.
이강철 KT 감독의 ‘직감’이 빛난 5차전이었다.
이날 KT는 NC의 ‘가을 영웅’으로 떠오른 우완 신민혁의 절묘한 제구에 끌려다니며 4회까지 퍼펙트로 눌렸다. 2회에는 짧은 땅볼 타구를 연이어 뒤로 흘린 유격수 김상수가 흔들린 끝에 선취점을 내줬고, 5회에는 손아섭에게 적시타를 맞아 2점째를 빼앗겼다.
KT는 5회 대타 작전으로 흐름을 바꿨다. 1사 1·3루, 7번 오윤석 타석에서 좌타 대타 카드인 김민혁을 내세웠다. 김민혁은 풀카운트에서 신민혁의 체인지업이 중심에 몰리자 1루수 뒤 라인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로 연결하며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2-2이던 6회초 무사 1루 위기에서 선발 웨스 벤자민의 초구 직구가 볼로 빠진 상황에서 이강철 감독이 우완 손동현으로 투수 교체를 강행한 것도 감각적인 결정이었다. 투구수 82개의 벤자민의 구위가 살짝 떨어진 것을 읽은 가운데 타석의 우타자 권희동의 반응까지 판단해 선발투수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이 감독은 경기 뒤 “힘 있는 불펜투수들이 승산이 높을 것 같아 교체했다”고 전했다. KT는 6회를 무실점으로 넘긴 뒤 박영현(8회)과 김재윤(9회)에게 후반을 맡겨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6회말 무사 1루, 황재균 타석에서 희생번트 대신 강공으로 결승점이 나오는 찬스를 만들었다. 이 감독은 “상대가 1루 견제를 하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번트에서 강공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KT는 황재균은 우중간 안타로 무사 1·3루를 만들었고,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 박병호의 2루수 땅볼로 결승점을 뽑았다.
플레이오프 MVP는 이날 승부처에서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손동현에게 돌아갔다. 이번 시리즈 5경기에 모두 나와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손동현은 기자단 투표에서 71표 가운데 39표(득표율 54.9%)를 획득했다.
수원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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